피부로 느끼는 물가

소비자물가지수

경제학 주요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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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지수를 측정할 때 모든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변동이 중요한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지하철 요금의 인상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물가상승의 현실로 다가오지만 기업에게는 생산원가의 직접적인 인상요인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판 가격의 인상은 소비자보다 생산자에게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물가지수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물가지수는 다르게 작성되어야 한다.

주부들은 식품 가격이 인상되면 장보기가 두려워지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기기구를 쓰기가 망설여진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통지를 받으면 휴학을 고민하게 된다. 자장면이나 설렁탕 값이 인상되면 일반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주부, 학생, 직장인 이들은 모두 소비자이다. 소비자가 일상생활에 쓰기 위하여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소비재)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이다.

1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정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 가계의 평균적인 생계비 내지는 구매력의 변동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물가지수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상승하면 종전의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의 수량이 10% 감소한다.

이는 봉급생활자가 종전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생계비가 10% 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로 사용된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른 물가상승률은 일반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과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보조지표로 생활물가지수(일명 장바구니 물가지수)를 작성한다. <출처:NGD>

소비자물가지수의 작성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가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기준으로 도시가구가 매달 소비를 위하여 지출하는 평균금액은 1,849,136원이다.

이 금액의 1/10,000인 185원 이상 지출되는 품목이 소비자물가지수 측정에 포함된다. 현재는 489개의 상품과 서비스 품목이 조사대상이다. 조사장소는 전국 37개 도시이다.

일단 선정된 품목 가운데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는 소비자 지출이 큰 상품에 낮은 가중치를 부과하면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성이나 공정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품별 가중치는 도시평균가구가 해당상품에 지출하는 몫을 사용한다. 따라서 저소득 국가는 고소득국가에 비해 식품의 가중치가 높다. 일본은 미국에 비해 생선회에 프랑스는 와인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통계청이 작성하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른 물가상승률은 일반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과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로 작성하는 것이 생활물가지수(일명 장바구니 물가지수)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비중이 높은 쌀, 달걀, 배추, 소주 등과 같은 기본생필품 153개 품목을 선정하여 작성한 것이다.

가뭄, 홍수, 냉해와 같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하는 경우가 있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이나 원유투기세력의 발호로 인하여 원유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가격변동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물가변동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농산물(곡물제외)이나 원유가 등의 일시적 충격에 의한 가격변동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작성된 물가지수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로 보통 근원물가(core or underlying inflation)라고 한다.

2 소비자물가지수는 완벽하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내재된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가중치의 적절성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비의 급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고, 주거비 지출비중이 높은데 반해서 주거비의 가중치가 낮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실제물가상승률보다 낮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대체 편향(substitution bias) 문제이다. 물가지수 작성의 기준년도에 돼지고기 값이 닭고기 값보다 저렴하면 소비자는 돼지고기를 더 많이 산다. 이 때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높아진다.

그러나 이듬해에 돼지고기 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는 돼지고기를 덜 사고 닭고기로 대체하여 돼지고기 지출 몫이 감소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줄어야 한다.

그러나 물가지수의 작성에서는 기준년도에 설정한 돼지고기의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가지수는 실제보다 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소비자가 소비에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편향이다. 이외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새로운 상품의 출하나 상품의 품질 향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3 생산자물가지수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몫이 가장 큰 부분은 원자재와 중간재와 같은 상품의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생산에 투입되는 자재의 가격 상승은 생산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철판, 타이어, 유리, 기타 부품의 가격 상승은 자동차 가격의 인상으로 귀착되므로 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생산업자의 입장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나 중간재의 가격상승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에 생산자의 생산비 부담을 측정할 수 있는 유용한 물가지수는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이다.

생산업자의 입장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나 중간재의 가격상승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출처:NGD>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되어 국내시장에서 1차적으로 기업 상호간에 거래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물가지수이다.

생산자물가지수의 원조는 도매물가지수이다. 도매물가지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경제통계로 1910년에 편제되었다. 도매물가지수는 1992년부터 생산자물가지수로 그 이름이 변경되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의 비용부담의 측정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상품의 수급형편과 경기 동향의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중간재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에 애로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원자재 가격의 과도한 상승은 생산된 제품가격의 인상을 초래한다. 과도하게 상승한 상품 가격으로 인하여 시장에서 판매가 위축되면 재고가 늘어나고, 생산이 위축되어 결국 경기는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4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의 비교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는 때로는 서로 다른 방향의 변동을 나타내거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변동 수준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 주된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작성에 포함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품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식비, 집세, 교육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대상에는 포함되지만 생산자물가지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집세나 학원비와 대학등록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생산자물가지수는 변하지 않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오르게 된다.

월별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생활물가 상승률 <출처:e-나라지표>

이와는 대조적으로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 등의 가격 변동은 생산자물가지수 작성에만 포함된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생산자물가지수는 상승하나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의 인상이 소비재 가격의 인상으로 귀결되면 결국 소비자물가지수도 상승한다. 즉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품목이라고 하더라도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부과하는 가중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물가지수의 변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생산자물가지수에서의 가중치는 매출액이 기준이고 소비자물가지수에서는 도시가계 지출액이 기준이다.

예를 들어 채소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생산자물가지수에서의 가중치보다 훨씬 높고, 경유는 생산자물가지수의 가중치가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의 10배에 달한다.

또한 두 물가지수의 가격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산자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물가변동의 폭이 작게 나타난다.

즉 생산자물가지수에 포함된 상품의 가격은 공장도 가격(도매물가)으로 부가치세도 포함되지 않는 낮은 가격인데 반해서 소비자물가지수 작성에서 파악하는 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소매가격이다.

이러한 소매가격에는 유통의 중간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마진과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는 생산자물가지수보다 변동의 폭이 커진다.

참고문헌: 한국은행, [알기 쉬운 경제지표해설], 2004; 통계청, [통계용어 지표의 이해], (2010. 9.)

  • 발행일2011.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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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철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Santa Barbara)에서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저서로는 [즐거운 경제학], [환율이론과 국제수지] 등이 있다. 최근에 발표한 논문으로는 "Does Korea have Twin Deficits?" Applied Economics Letters, 2006; "Do Capital inflows Cause Current Account Deficts?" Applied Economics Letters, 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