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외부인 통제' 첫날 "음식배달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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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9. 오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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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 23일만 외부인 통제…전문가 "성폭력범 강하게 처벌해야"]

29일 동덕여자대학교 정문 앞에 외부인 출입 통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어떤 일로 오셨어요? 경비실에 신분증 제출해주세요."

29일 서울 동덕여대 정문에는 외부인 출입 통제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정문 앞에 선 경비원들은 학교 안으로 향하는 이들을 우선 경비실로 안내했다. 이전과 달리 택시와 배달 오토바이도 모두 출입이 제한됐다. 이날 오후 정문 앞에서 만난 한 경비원은 "워낙 사건이 커서 그런지 다들 불만 없이 통제에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최근 동덕여대, 광주여대 등 여대 캠퍼스에서 음란행위를 벌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캠퍼스 경비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동덕여대처럼 캠퍼스 전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 높은 조치지만 여대라는 특성상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동덕여대는 이날부터 정문과 후문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일부 출입문은 완전 폐쇄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는 출입증이 있어야만 건물을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절차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동덕여대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번 조치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진아씨(21)는 "최근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남자친구들도 캠퍼스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의견이 학교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왔다"며 "그동안 캠퍼스에 있는 남자들에게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권모씨(20)는 "그동안 외부 사람들이 캠퍼스에 드나들어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사건이 터진 후 뒤늦게 대처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가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학년 박모씨(20)는 "아직 경비원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건물도 있고 백주년대강당 등 일부 건물에서는 여전히 외부인이 들어오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음란 행위를 한 남성이 앉았을 지도 모른다며 모든 책걸상을 즉시 교체해달라는 학생 측의 요구는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수업 진행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 교체하기는 어렵다"며 "사건이 벌어졌던 대학원 건물 책걸상을 우선 바꾸고 나머지는 장기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에 있는 7000여개의 책걸상을 모두 교체하기 위해서는 약 11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의 음란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동덕여대뿐이 아니다. 22일 한 30대 남성이 캠퍼스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된 광주여대는 사고가 벌어진 도서관 건물의 외부인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CCTV(폐쇄회로화면) 2대를 추가 설치했다. 광주여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이 지역사회에 기여 하는 취지에서 캠퍼스를 개방해왔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며 "해당 건물을 모두 소독했고 학생들의 신고를 받아 요주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부인 출입 통제가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변태적 행위를 국가가 일일이 나서서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동덕여대 같은) 각각의 주체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로 학내 구성원들이 조금이나마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학생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직 내 민주주의 차원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동덕여대 알몸남'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도 재발을 방지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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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seomin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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