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0km 1초 늦게 반응 "약 14m 더 주행하는 셈"
# 지난해 '시청역 참사'. 치매 진단을 받은 70대 운전자가 13명의 사상자를 낸 '양천 깨비시장 사고'. 고령운전자로 인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국의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대를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한 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10일 한국소비자원은 고령운전자(65세 이상) 300명을 대상으로, 고령·비고령운전자 34명(각 17명)에 대해 시내도로 주행 시뮬레이션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고령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에 비해 반응속도가 늦어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고령운전자, 돌발상황 발생 시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반응 속도 늦어
고령·비고령운전자 34명(각 17명)을 대상으로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시험을 실시해 돌발상황 발생 후 브레이크를 작동하기까지의 반응시간 등을 조사했다.
선행차량 급정거 상황에서 고령자(3.56초)가 비고령자(3.09초) 보다 0.47초 늦게 반응했다. 또한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횡단하는 상황에서는 고령자(2.28초)가 비고령자(1.20초) 보다 1.08초 늦게 반응해 대처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50km/h로 주행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돌발상황에서 브레이크를 1초 늦게 사용하면 약 14m를 더 주행 후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만큼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고령자 안전운전 보조 기능이 있는 차량 확대 필요
고령운전자는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신체반응이 늦기 때문에 도로 위 돌발상황에서 당황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할 수 있다. 이때 급히 정지하기 위해 페달을 강하게 밟는 주행행태가 나타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운전자의 느린 반응속도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에 비상자동제동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장착된 차량은 극히 제한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관계부처와 이번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고령자 보호를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의 제조 확대 방안 마련, ▲차량 안전기술(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및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 강화를 건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