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병원(김어수 교수)·보라매병원(김근유 교수) 공동연구팀은 아디포넥틴 호르몬 혈중 수치로 알츠하이머 치매 고위험군의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 11월호에 게재됐다.
아디포넥틴은 체내 지방조직에서 생성·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도당 ·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한다.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해 ‘지방분해 호르몬’ 또는 ‘착한 호르몬’으로 불리며, 혈액 내 포도당 흡수를 촉진해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치매 위험을 비롯해 기억력·판단력 등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찾기 위해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156명의 인지기능평가(ADAS-Cog), 뇌MRI 및 혈액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큰 사람들에서 혈중 아디포넥틴 수치가 상승할수록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빠르게 나빠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이러한 연관성은 뇌척수액 검사에서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 양성(+)’으로 분류된 그룹에서만 올바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뇌 속 신경세포 표면에 Aβ 단백질이 끈끈하고 투명한 막을 형성하며 들러붙어 침적물(Plaque · 플라크)이 축적되면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한다.
Aβ 단백질 양성 그룹 가운데 혈중 아디포넥틴 수치가 높은 대상자들에게선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부분인 해마의 위축과 부피 손실이 관찰됐다.
이에 따라 아디포넥틴 수치가 인지기능이 나빠지는 것과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잠재적 지표(바이오마커)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근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개인의 인지기능 저하 및 뇌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아디포넥틴 호르몬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Aβ 단백질과 상호작용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임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