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2~5위 회사 영업이익 역성장 "원자재·인건비 상승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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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04. 오후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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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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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건설 '유동성 위기'] ② 주요 건설업체 '실적 흉작'

[편집자주]주요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적지 않은 유보금을 쌓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7개 업체는 2022년 기준 18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2년 전보다 35% 가까이 늘었다. 이들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26조원을 넘는다. 다만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나빠졌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을 제외한 6개 업체의 현금흐름이 악화됐고 마이너스(-)를 나타낸 회사도 5곳에 달했다.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이 다수였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어든 기업도 있었다. 불황을 반영하듯 임직원 임금 상승률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낮아졌지만 총수 일가와 대표이사들은 최대 1.7배 인상된 보수를 받아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선정 건설 시공능력평가 2위와 4위에 오른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감소라는 벽에 부딪치며 실적 악재에 빠졌다.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1) 10대 건설 6곳 '현금흐름 비상'… 현대·포스코·GS도 '마이너스(-)'
(2) 시공능력 2~5위 회사 영업이익 역성장 "원자재·인건비 상승 탓"
(3) 위기의 건설업계 "직원 고혈 쥐어짜"… CEO 연봉은 '1.7배' 인상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의 벽에 부딪쳤다. 고금리 여파로 시장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공사비 증가가 겹친 탓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과 4위 포스코이앤씨(전 포스코건설), 5위 GS건설은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해 실적이 반비례 그래프를 그렸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이익은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둘 다 줄어든 회사도 있다. 시공능력 3위 DL이앤씨는 전년 대비 매출 -1.8%, 영업이익 -48.2%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둘 다 성장한 곳은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뿐이었다.


건설경기 침체에 가라앉은 실적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21조2390억원으로 전년(18조655억) 대비 17.6%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35억원에서 5749억원으로 31.0% 감소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0.1% 증가한 25조5000억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현장 공정이 본격화되고 '개포주공1단지',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 등 국내 주택사업 수주 실적이 견조했으나 공사 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고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5위에 오른 GS건설 또한 매출은 전년 대비 36.1% 오른 12조2991억원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5% 줄어든 5548억원에 머물렀다./사진=뉴시스
GS건설도 지난해 매출은 12조2991억원으로 전년(9조365억) 대비 36.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6464억) 대비 16.5% 감소한 55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었지만 원가율이 보수적으로 반영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GS건설은 전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대외환경을 고려해 향후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경쟁력 우위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고 신사업의 지속 성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2021년 8조198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조4352억원으로 1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086억원을 기록해 전년(4409억원) 대비 30.0%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들 건설업체의 영업이익 부진은 주요 자잿값 상승이 원인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사업부문 매출이 ▲주택사업 42.7% ▲플랜트 19.4% ▲인프라 11.6% 등으로 73.7%를 차지했다. 해외 매출의 경우 ▲플랜트 11.8% ▲인프라 5.1% 등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3월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변경해 저탄소 철강 분야인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점해 그린 라이프 주거모델을 상품화하는 등 친환경·미래사업을 늘릴 방침이다.
DL이앤씨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적극 수주에 나서는 한편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의 사업을 늘릴 방침이다. 한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몸집을 불렸다.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되며 지난해 실적에 포함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사진=뉴시스


삼성물산 웃고 DL이앤씨 울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7조6316억, 영업이익 4969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7조6316억원) 대비 1.8% 줄었고 영업이익은 48.2% 감소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종 전반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지난해 회사의 사업 목적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과 탄소자원화사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업 ▲고압가스 저장·운반업 등을 추가했다. 친환경 신사업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탐색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타 건설업체와 달리 삼성물산은 지난해 큰 도약을 이뤄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총매출은 14조5982억원, 영업이익은 8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8%, 248.0% 증가했다. 건설부문 매출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1.9%포인트 오른 33.8%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측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 본격화와 수주 물량 증가, 국내·외 준공 프로젝트의 손익이 개선된 점 등이 실적 증가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올해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회사로의 기본을 다지겠다"며 "지난해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를 기반으로 탄소감축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국내·외 사업장과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건설업체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지난 몇 년간 건축 자재 원가가 급격히 오른 데에 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사진=뉴시스


보릿고개 넘는 건설업계


건설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원인은 원가 상승에 있다. 2021년 상반기 철근 부족 사태와 같은 해 중국 요소수 품귀 현상,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상승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건설 원자잿값이 급등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의 물가변동률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가 지난 1월 기준 150.87포인트(p)로 전월 대비 1.56% 올랐다고 발표했다. 2년 전인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20%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인건비 상승 폭도 두드러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인력이 모자라 인건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 대한건설협회의 지난해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인부의 임금은 상반기 14만8510원에서 하반기 15만3671원으로, 특별인부는 18만7435원에서 19만2375원으로 각각 단가가 상승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근 가격 등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멘트 등 자재의 가격이 높아 건설업체들은 올해도 높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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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건설부동산부 정영희 기자입니다. 많이 듣고 신중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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