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보다 더 야심 찬, 숙고하게 만드는 이야기. _타임
생의 한복판, 거센 시련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기원전 9세기, ‘신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인 예언자 엘리야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병사들을 피해 마구간에 숨어 있다. 페니키아의 공주 이세벨을 왕비로 맞은 이스라엘의 왕 아합이 바알 숭배자인 왕비의 꾐에 넘어가, 개종을 거부하는 이들을 모두 처형하라 명령했고, 엘리야는 이스라엘이 바알을 섬긴다면 비 한 방울 내려주지 않겠다는 하느님의 경고를 왕에게 전달한 예언자로서 첫번째 처형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아합왕이 보낸 병사가 마구간에 들이닥치고, 그와 함께 숨어 있던 레위인 예언자가 화살을 맞고 거꾸러진다. 엘리야는 침착하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지만, 이스라엘 최고의 궁수라는 병사는 헛손질만 계속하다가, 자신의 실수가 엘리야를 죽이지 말라는 신의 의지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결국 그를 놓아주고 사라진다.
『다섯번째 산』의 이야기는 엘리야가 이세벨의 박해를 피해 이스라엘을 떠나고, 크릿 시내를 거쳐, 주민들이 ‘아크바르’라 부르는 도시 사렙타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엘리야는 아무것도 없는 뜨거운 사막에서 먹을 것을 물어다주고 상상 속 대화 상대가 되어준 까마귀를 만나 포기하지 않고 생명에의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고, 신의 계시대로 아크바르 초입의 골짜기에서는 한 여인을 만나 그녀의 집에서 가까스로 굶주림과 갈증을 해소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가 페니키아의 공주였던 이세벨에게 쫓기는 이스라엘의 예언자라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이후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며 계속해서 위기가 닥친다. 아크바르의 총독과 사제장은 그들이 섬기는 여러 신이 살고 있다는 다섯번째 산 정상으로 엘리야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그가 그곳에서 직접 신들의 불에 맞아 처형되리라 믿으며 기다린다.
엘리야는 신이 내린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던 일도 버리고 예언자로서 이스라엘을 떠나 아크바르로 간신히 도망쳤지만, 피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거센 물살 같은 고난에 휩쓸리다 결국 다섯번째 산이라는 가장 큰 시련이자 도전 앞에 서게 된다. 다섯번째 산에 오르며 엘리야는 신의 뜻에 의구심을 품고 깊은 고뇌와 절망에 빠지지만, 마침내 오른 그곳에서 다시 한번 신의 뜻을 전해듣고 무사히 산 아래로 내려와 지켜보던 모든 이를 놀라게 한다.
폐허가 된 마음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인생의 새로운 이야기로 나를 해방하는 용기
마침내 나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깨닫는 삶의 가장 위대한 축복
엘리야는 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다섯번째 산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오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인생에 수난과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아크바르의 골짜기에 하나둘 진지를 세우던 아시리아의 적군들이 점점 숫자를 늘려가며 아크바르를 포위해오고, 엘리야는 아크바르의 복잡하고 위태로운 정세에 휘말린다. 평화 협상을 위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시리아군이 침략해 들어와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아크바르에서 그가 가장 소중히 여겨온, 그를 구해주었던 여인도 목숨을 잃는다.
외세의 침략에 처참히 무너진 아크바르는 폐허가 되어버리고, 엘리야는 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엘리야는 당장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대신 그의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며, 그에게 수많은 시련을 안긴 아크바르에 남아 사람들과 연대하여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가며, 끝내 인간을 주체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한 신의 진정한 뜻을 깨닫는다. 폐허가 된 마음과 땅을 조금씩 재건해나가던 엘리야는, 지난날 절망하며 올랐던 다섯번째 산에 다시 올라 스스로를 해방하고, 마침내 자신을 향한 위대하고 무한한 사랑을 발견해낸다.
종교, 정치, 역사, 전쟁 등 풍성한 곁가지 속
가장 보편적이며 진정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
『다섯번째 산』은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파울로 코엘료가 문학적 상상으로 풍성하게 곁가지를 더한 장편소설이다. 「열왕기」 상권 17장과 18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창세기」 「신명기」 「레위기」를 비롯해 「마태복음」 등 성경의 여러 구절이 소설 곳곳에 인용되어 코엘료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종교색이 짙은 소설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위기의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진정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고 이해해야 옳을 것이다.
또한 기원전 9세기경 고대 페니키아의 정세와 역사를 간략히 묘사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소설 속에는 종이의 발명, 알파벳의 기원과 전파, 당시의 무역상 등 당시의 역사와 종교, 정치,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는 문체로 구현된다. 특히 아시리아와의 전쟁으로 인해 폐허로 변해버린 아크바르에 역병이 번지지 않도록 노인과 아이들까지도 삶의 터전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장면은 긴 팬데믹 상황을 겪어내고 재건의 과정에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파울로 코엘료는 『다섯번째 산』을 통해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비극과 시련을 인생의 형벌로 여기는 대신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꿈을 향해 나아가 자신만의 신화를 이루어내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자신의 생생한 경험에서 길어올린 이 굳건하고 따듯한 메시지가 성경 속 인물의 목소리를 만나 더욱 드라마틱하고 풍성하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