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팝업스토어 … 문닫을땐 트럭 7대 폐기물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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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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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1~2주 여는 일회성 전시
철거 후 자재 재활용 어려워
한곳 최대 7톤 폐기물 쏟아져
팝업 MZ핫플 많은 성동구선
쓰레기 4년새 10배 증가 골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한 팝업스토어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지혜진 기자


지난 2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거리로 들어서자 완구와 의류 신제품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가 화려한 모습으로 행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방문객으로 북적이는 한 캐릭터 소품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한서아 씨(26)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잘돼 있어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유행에 민감한 20·30대 MZ세대 사이에서 팝업스토어 성지로 꼽힌다. 식품, 화장품, 의류는 물론 TV 프로그램, 드라마 등을 홍보하기 위해 세트장처럼 꾸민 팝업스토어를 찾는 인파가 줄을 잇고 있었다. 일부 매장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놔야 입장이 가능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주말에 사람이 가장 많은데 성수 골목 통행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신제품 등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가 '핫플'로 입소문이 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팝업스토어 정보를 제공하는 팝플리에 따르면 3일 기준 팝업스토어는 전국적으로 91곳이 문을 열었고 성수동에서만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짧게는 하루, 길어야 수개월 내에 문을 닫는 임시 매장 개념이다.

문제는 빠르게 철거되는 일회성 전시에 그치다 보니 폐기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하게 치장된 팝업스토어가 철거된 이후 자재는 고스란히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기물로 쌓이고 있다. 일반 공사에 비해 철거 주기마저 지극히 짧다 보니 새로운 환경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철거 업체를 운영하는 최완성 씨(34)는 "팝업스토어 운영이 끝난 뒤 밤 10시부터 철거 작업을 하면 다음 날 오전 8시 정도에 끝난다"며 "이 과정에서 필름지, 조형물, 합판, 목재, 시트지 등이 주로 나오는데 대부분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할 때 많게는 1t 트럭 기준 7대 분량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주로 가벽용 벽돌, 현수막, 플라스틱 등 재활용하기 어려운 자재가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포함한 전국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2017년 연간 6018만t에서 2022년 8106만t으로 5년 새 35%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동구의 일반폐기물을 포함한 전체 사업장 폐기물은 2018년 일평균 51.2t에서 2022년 518.6t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사업장 폐기물이 증가한 것은 최근 급격히 많아진 팝업스토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목재, 플라스틱, 현수막 등 팝업스토어 소재가 향후 다른 곳에서 재사용될 수 있게 제작돼야 한다"며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일주일을 위해 건축 소재를 쓰고 버리는 것은 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5t이 넘는 건설 폐기물은 분리 배출과 재활용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팝업스토어 폐기물은 보통 3t 내외여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맹점이다. 그러다 보니 팝업스토어 철거 후 나온 폐기물은 처리 비용이 높은 재활용을 하는 대신 소각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 중인 한혜수 씨(33)는 "요즘은 3년 전에 비해 팝업스토어 문의가 6배 정도 많아졌고 실제 설치는 3배 정도 늘었다"며 "구조물이 잠깐 설치됐다 해체되기에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소재 공장 등에 방문해 재활용 가능한 팝업 인테리어를 알아보는 등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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