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윤아의 ‘다시 만난 세계’…“서른, 나를 돌아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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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22.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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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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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톡] 윤아와 나눈 2022년 성장이야기
조금씩 쌓아온 15년 배우로도 우뚝 ‘윤아시대’ 활짝
30대 되며 내가 누군지 고민…후배에 위로·힘 되고파
임윤아한테 2022년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올해 소녀시대 컴백, 영화∙드라마 흥행으로 ‘윤아시대’를 열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윤아는 최근 한 공식석상에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나타났다. 다음 작품에서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윤아의 변화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감으로 온라인이 술렁인다. 배우로서 믿음이 생긴 덕이다.

윤아한테 2022년은 그가 하나의 브랜드로 ‘완성되는’ 한해였다. 1년 동안 윤아 속의 다양한 모습을 한꺼번에 쏟아냈고 사랑받았다. 소녀시대가 데뷔 15돌을 맞아 컴백해 가수로서 기념할 만한 활동을 이어갔고, ‘케이(K) 아이돌’ 시대에도 ‘소녀시대’는 언제든 펼쳐질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배우로서는 기다렸던 ‘윤아시대’도 드디어 열었다. 드라마 <빅마우스>(문화방송∙MBC)에서 남편의 누명을 벗기려 고군분투하는 ‘고미호’ 역을 맡아 그동안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던 성숙한 매력도 채웠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에는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 개봉∙흥행하면서 배우로서 화제성도 입증했다.

윤아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올해는 내가 활동한 15년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해다. ‘윤아시대’라는 말까지 듣게 되다니,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아는 어느 틈에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다져간 것일까. 2007년 데뷔한 윤아는 오래 활동을 쉬면서 변화를 모색하거나, 가수 이미지가 배우 활동에 방해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적도 없다. “작품을 할 때 내가 어떤 부분에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 변화가 더디더라도, ‘결과적인 성공’보다는 ‘과정을 통한 성장’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그 ‘조금씩’이 쌓여 천천히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까. 2022년도의 마지막 <쉼톡>은 ‘소녀시대’ 넘어 자신의 시대를 연 윤아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는 지난 15년의 성장 이야기다.

2007년 소녀시대 첫번째 데뷔 멤버로 소개된 윤아


15년간 묵묵히 걸어온 ‘배우 윤아’


올해 윤아는 소녀시대 데뷔 15돌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배우로서도 데뷔 15년차다. 그는 가수와 배우 활동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2007년 7월6일 소녀시대 첫번째 멤버로 공개된 이후, 같은달 14일에 시작한 드라마 <9회말 2아웃>(문화방송) 3회부터 출연했다. 그해 8월 활동을 시작한 소녀시대보다 먼저 배우로 활동했다. 배우로서의 성적도 시작부터 좋았다. 데뷔 이듬해 5월에 출연한 두번째 작품인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한국방송1)은 회당 시청률 최고 43.6%까지 찍었다. 그가 맡은 역할 ‘장새벽’ 열풍도 불었다. 그런데도 윤아가 “배우”라고 불리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가 활동하던 초창기에는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경험이 가수 활동보다 현저히 적으니,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는 게 낯설고 쑥스러운 게 당연해요. 거창한 생각과 말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쌓아가려고 ‘열일’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윤아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배우로서의 길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었고, 15년 만에 이를 인정받은 시대를 맞았다. <너는 내 운명> 당시 그의 연기를 지켜본 <한국방송>(KBS)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에 “윤아는 잘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척하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도움을 청하면서 노력하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윤아가 배우로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윤아는 ‘소녀’같은 모습으로 ‘시대’를 관통해왔다면, 배우 윤아는 반대 길을 택했다. 이른바 ‘예쁘기만 한 인물’을 맡으려고만 하지 않은 것이다. 첫 주연작 <너는 내운명>에서 윤아는 ‘새댁’이었다. 만인의 스타인 아이돌 멤버가 데뷔 2년 차에 결혼한 여성역을 맡는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카메오로 출연한 2008년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에서는 가출해 노숙을 하다가 다른 중년 노숙자와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끌려오는 ‘미애’역을 소화했다. 어린 나이에 드라마에 출연하며 여러 베테랑 원로 배우들 속에서 호흡했다. 영화 <공조>(2017)에서는 코믹한 연기에 도전했고, 영화 <엑시트>(2019)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천연덕스러운 매력으로 영화를 이끄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데뷔 직후에는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를 병행했기 때문에 바빴던 기억만 나요. <너는 내 운명>때는 ‘지(Gee)’ 활동과 겹쳐서 어떻게 했는지, 지금 돌이켜봐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건 확실해요. 정말 많이 배웠다는 것. 18살에 새댁 연기를 했는데, 그때 많은 선배님들, 선생님들 연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감사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올해는 <빅마우스>에서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표현해 볼 수 있었다. “(남편이 죽은 죽 알고) 오열하는 감정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으니까요.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도전하고 배우며 저 스스로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는 “연기 생활 15년에서 <공조>가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배우 윤아’는 두번째 작품인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아이돌 스타로는 드물게 갓 결혼한 ‘새댁’을 연기했다. 한국방송 제공


10~20대를 지나며 ‘나를 위한 삶’ 다져


하지만 15년. 묵묵히 걸어온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는 사이 10대였던 윤아도 30대에 접어들었다. 회사가 정해준 대로, 남들이 원하는 대로 ‘남을 위한 나’로 사는 게 익숙했던 그의 삶도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는 “선택하는 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하지만 선택하고 나서는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애도 쓴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내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그것이 내가 이 일(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채워가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데뷔 이후 지난 15년 인생에서 고비의 순간도 있었다. “30대가 되면 편해진다는데, 저는 30대에 들어서자마자 고민과 힘듦의 순간이 한 번에 찾아왔어요. 10~20대는 워낙 바쁘게 지낸 터라,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30대가 되고 이전에 차근차근 마주해야 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일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면서, 그런 물음에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삶의 중심을 저한테 맞춰서 지내보려고 노력하는 거죠.”

관점을 변화시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지금도 잘 되지는 않는단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뭔가 하나를 끝내면, 재충전을 위해 쉬기보다는 다음 것을 생각하는 게 익숙해진 느낌이에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어 있는 것일 수도 있죠.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를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일정들을 소화하고 나면 의무적으로라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요.” 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도움이 됐다. 30대가 되면서 베이킹을 배우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빵과 쿠키를 만들면 집중이 잘돼요. 제 좌우명처럼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아이돌의 ‘슈룹’ 윤아를 만나길 잘했어


그런 ‘남모를’ 고민 속에서 윤아는 다른 아이돌그룹 멤버들과는 달리 가수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가 연기를 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이돌 시절의 이미지를 지우려고 한다.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연기자로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윤아는 다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가수 활동을 해왔다. 올해 소녀시대가 컴백할 때도, 그는 팀 리더를 맡아서 연습 스케줄을 짜고 멤버들을 모았다고 한다. “각 멤버들이 모두 본인이 소녀시대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저희끼리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를 정말 좋아하고 아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 마음을 갖고 지내다 보니, 행동할 때나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이번 활동을 하면서 소녀시대가 어벤져스 같다는 댓글을 봤는데 그 말이 참 좋았어요. 각자 활동을 잘하다가 모인 어벤져스 같은 느낌.”

이번에 컴백해 음악 활동을 하면서, 후배들의 ‘슈룹’(우산)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 듯했다. 소녀시대는 이른바 ‘2세대’ 대표 아이돌 그룹 가운데 하나다. 활동 방식 등 현재 아이돌 문화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멤버가 가수와 배우로 동시에 활동을 시작하고, 데뷔에 앞서 멤버 한명씩을 소개하는 티저 홍보 방식을 썼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데뷔 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소녀…학교에 가다>(엠넷)를 통해 데뷔 전 과정이 공개됐다. 현재 아이돌 그룹들도 데뷔 뒤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소녀시대는 보아, 동방신기 등에 이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한류를 이끌었다. 하루에 한국과 일본 음악프로그램을 오가는 스케줄을 소화하며 바쁘게 지낸 그룹이기도 하다. 늘 유행을 이끌어오던 그들도 이번에 5년 만에 무대에 섰을 때, 달라진 시스템에 당황했다고 한다. “‘엔딩포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케이팝이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후배들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을 했단다. “후배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감도 많이 되고요. 힘든 부분도 많겠다는 걱정도 생기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고민이 있을 때 이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참 듣고 싶었는데, 후배 중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지는 않을까. 내가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경험담은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순간이 참 많잖아요. 이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이 고민이 생겼을 때, 묻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나를 찾아 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요.”

앞으로 ‘윤아시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저는 약간 현실적인 면이 있어서 먼 미래에 대한 목표나 거창한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편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그랬듯 현재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하다 보면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그는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팬들이 ‘이런 걸 하면 좋아하겠지’하는 그런 마음으로 뭔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팬들이 ‘윤아를 좋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드라마 <킹더랜드>(제이티비시)와 영화 <2시의 데이트>에서 배우 윤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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