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 <5> 염기훈, "언젠가는 지성이 형 넘어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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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염긱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6, 울산 현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만으로도 그의 강점을 대번에 확인할 수 있다. 염기훈의 왼발, 특히 킥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국내 최고 수준의 가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왼발만으로는 넘지 못한 벽이 있다. 박지성이다. K-리그에서는 이미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거대한 산 앞에 막혀 있다. 올초에는 불미스러운 ‘소동’에 휘말리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롬미치 알비온으로의 무단 이적을 추지하는 과정에서 크게 혼났다. 매년 끊이지 않는 발 부상 악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26세 청년 염기훈이 사는 법에 대해서.

- 올 초 웨스트 브롬미치 알비언 무단 입단테스트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김호곤 감독님을 찾아 뵙고 구단 직원들께도 용서를 빌었다. 구단에서 내린 징계도 모두 달게 받았다. 그때는 정말 뭔가에 씌였것 같다. '왜 나만 생각했을까'하는 후회가 크다. 변명일수도 있지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TV만 틀면 나오고, 인터넷으로 봐도 결과가 나오지 않나.

이 일로 '팀에 충성도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난 울산에서 뛰는 게 정말 좋다. 시설도 좋고, 운동 여건, 환경 모든 게 좋다. 울산에서 계속 뛰고 싶다. 혹시라도 내 충성도를 의심한다면 경기장에서 골로 보여 오해를 풀겠다.

- 과정의 문제가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분위기를 잠깐이라도 느꼈을 텐데 어땠는가?

처음에는 '저런 애가 어떻게 여기 있나?' 싶을 정도로 기본기가 형편없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희한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경기 들어가니까 달라지더라. 그런 게 우리랑 다른 것 같았다. 잔디 적응 부분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났다.

한국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있었는데, 잔디가 많이 달라서 첫 날 훈련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빨리, 제대로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다.

당시 웨스트브롬에서 뛰던 (김)두현 형이 모습도 봤는데 팀 훈련에서 두현형이 제일 잘했다. 패스를 혼자 다 하더라. 그런데 두현형이 몸싸움에 약한 편이라서 경기장에서는 거기 선수들이 몸으로 들이대니까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 국내 복귀 후 마음 잡을만하니 부상을 당했다. 몇 개월을 쉬었는데?

그때는 정말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난 항상 몸 상태가 정말 좋을 때 다친다. 2006년 교통사고, 2007년 아시안컵에서의 부상, 작년 동아시아대회를 마친 뒤에도 몸 상태가 좋을 때였다. 동계훈련 때 올해는 부상 당하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으로 임했다. 그런데 운동하다 ‘뚝’하는 소리가 났다. 또 다친 게 억울해저 참고 뛰었는데 두 경기를 치른 뒤 도저히 못 뛰겠더라. 그래서 병원에 가니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 그러고보면 부상 당하는 것 대부분이 피로골절 때문이다.

피로골절이 양 발 같은 부위에 계속 발생한다. 프로 오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프로에 온 뒤로는 매년 다친다. 몸 관리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했다. 내 걸음걸이와 뛰는 방법이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나왔다. 일반인보다 약간 안짱다리 비슷하게 뛴다고 했다. 그래서 발의 바깥 쪽이 더 충격을 받는 것 같다. 요즘에는 조금만 아파도 치료실 가서 치료 받는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었다.

- 선배 축구인들은 '예전에는 피로골절이라는 부상이 없었다'고 하던데.

나도 들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축구화가 예전보다 가벼워진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스터드가 다 동그란 모양이었는데, 요즘은 일자형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래서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졌기 때문에 피로골절이 생겨난 것 아니냐고들 하시더라.

- 시즌 초반 울산에 악재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체적인 선수 구성이 예전보다 약해진 느낌이다.

작년까지는 우리가 수비가 엄청나게 강했다. (박)동혁 형도 있었고. 골을 못 넣더라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팀 컬러였는데, 올해는 주전 수비수 형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다 보니까 실점이 많아졌다. 최근에 수비가 좀 좋아졌는데, 이번에는 공격수들이 골을 못 넣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다행히 부상에서 돌아왔고 울산의 경기력도 나아졌다. 얼마 전까지 6경기 무패 행진(4승 2무)의 상승세도 탔다. 특히 무패 경기의 기폭제였던 서울 원정(8월 30일, 2-0승)이 울산 축구의 전형을 보여준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부족하고 볼을 받아줄 선수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신다. 서너 명이 동시에 움직여주면서 볼을 받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공격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게 좋은 성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

- 혹시 팀 미팅할 때 김호곤 감독이 예로 드는 해외 클럽이 있는가?

연습하기 전 미팅에서 감독님께서 포츠머스-아스널 경기를 보여주시면서 아스널의 압박하는 모습을 강조하신 적이 있다.

- 요즘 포항 경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포항이 진짜 강하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포항은 선발과 백업 멤버들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후반전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더 잘해주니까 저절로 강해지는 모습이다. 경기 보면서 우리끼리 '우리는 포항이랑 안 만나서 참 다행이다. 남은 기간 동안 포항 만나는 팀들은 좀 안됐다'라면서 웃었다.

- 올 시즌 직접 상대해본 팀들 중에 가장 셌던 팀은 어디였는가?

올해는 부상 때문에 몇 경기 뛰진 못했지만 굳이 고르자면 인천을 꼽고 싶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화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그래서 우리가 역습을 제대로 못했다. 한 명 제치면 또 한 명이 버티고 있고, 굉장히 발전한 모습이다.

- 울산 스타일이 6강에만 들어가면 토너먼트에서는 굉장히 강할 것 같은데?

플레이오프가 되면 정말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른다.

- 프리킥 연습할 때, 혹시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는가?

따라하는 선수는 없다. 예전에 전북에 있을 때 (김)형범이 프리킥을 한번 따라 해본 적이 있는데 포기했다.(웃음) 요즘 들어서는 강하게 차는 프리킥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휘어 들어가는 것보다 슛처럼 좀 강하게 차는 걸 익히려고 노력 중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리킥 골이 있다면?

작년 동아시아 대회 북한과의 경기에서 찼던 프리킥 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클럽에서나 대표팀에서나 프리킥 찬스가 오면 항상 긴장이 되는데 대표팀 경기 중에 맞이하는 찬스가 더 긴장된다. 그렇게 긴장 속에서 차는 게 더 집중되는 것 같다.

- 요즘 대표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던데?

허정무 감독님이 굉장히 유해지셨다. 대표팀 라커룸에서 음악 틀어놓은 것 보고 깜짝 놀랐다는 선배도 있다. 전에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요즘은 라커룸 한 가운데 최신 가요를 크게 틀어놓는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옷 갈아입으면서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긴장도 풀리고 신이 난다.

- 대표팀에서는 박지성의 백업 위치인데 언젠가는 넘어서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젠가는 그래야 한다. 얼마나 먼 미래일 지는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지금 당장 인정해야 할 실력차는 인정해야 한다. 또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내 마음도 편하다. 지성 형보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더 안 풀린다. 안 들어갔을 때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 2010년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각오를 들려달라.

월드컵 최종 멤버 23인에 꼭 들고 싶다. 준비를 잘 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한번쯤 나가보고 싶다.

- 혹시 소녀시대가 좋은가? 아니면 카라, 브아걸을 좋아하나?

소녀시대다! 특히 태연을 좋아한다. 귀여운 여동생 같은 느낌이라서.(웃음)

-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여자친구와 가장 닮은 소녀시대 멤버가 있다면?

이거 잘 얘기해야 되는데. 음… 여자친구가 좀 청순한 타입이라서… 윤아? (웃음)

인터뷰=홍재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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