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성애 ‘전환치료’ 시도한 상담사 첫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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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1. 오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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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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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상담심리학회 “비과학적·비윤리적인 행위”…회원 자격 박탈
ㆍ심리학회도 “영구제명 추진” 등 성 정체성 바꾸는 ‘치료’ 잇단 철퇴

ㄱ씨가 설립한 상담센터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에는 동성애를 이상성욕이라고 규정한 내용이 적혀 있다.


동성애를 ‘이상 성욕’ 같은 정신 질환으로 규정하고 전환치료를 시도한 심리상담사가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영구제명됐다. 학회가 왜곡된 성적 지향 관념을 가진 회원의 상담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을 한 것은 처음이다.

전환치료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치료법이다.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환치료에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와 전문가들이 쐐기를 박은 셈이다.

한국상담심리학회는 8일 학회 준회원인 ㄱ씨를 전날 영구제명했다고 밝혔다. 학회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에 “ㄱ씨가 내담자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존중해야 하는 상담자로서 직업·윤리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자격을 갖추지 않았지만 학회가 인정한 심리상담사처럼 활동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행위는 상담자로서 윤리 자격과 전문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학회 소속 상담자로서 활동하는 게 내담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모학회인 한국심리학회도 ㄱ씨를 영구제명할 예정이다. 1946년 설립된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는 관련 분야 국내 최대 학회로 각종 자격증을 발급해 심리·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앞서 한국임상심리학회 산하 ‘성 치료 및 수면 연구회’도 ㄱ씨에 대해 참여 금지 조치했다. 연구회는 국내 유일의 성 치료 연구 모임이다. 서수연 연구회 회장(성신여대 교수)은 “(ㄱ씨는) 과학적 근거 없는 전환치료를 주장했다”며 "전환치료은 미국 15개주에서 위험하고 비과학적인 치료로 간주된 불법 행위"라고 했다.

ㄱ씨의 동성애 전환치료 시도는 지난해 9월 한국상담심리학회 소속 2급 회원 800여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이 설립한 상담센터를 홍보하면서 드러났다. ㄱ씨는 “상담이나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동성애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동성애가 있다”며 이상 성욕 범주에 동성애와 여장, 가학·피학 성적 행위, 노출 등을 포함시켰다. 그는 “세미나를 통해 동성애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심리치료 기법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학회 회원들은 “ㄱ씨의 언행은 전문가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전환치료는 부작용이 심하고 비윤리적이어서 대다수 문명국가에서 금지하며, 학회 제명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발표한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3)’에서 동성애를 정신 장애 범주에서 제외했다. DSM은 현재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신경정신과·심리상담센터에서 정신병리 진단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ㄱ씨가 경력과 능력을 과대 포장한 점도 제명 사유로 작용했다. 상담관련 학부 졸업자나 석사과정 재학 중이면 가능한 준회원의 자격으로는 전문 심리상담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ㄱ씨가 소유한 한국심리학회 일반심리사 자격증은 심리학과 학부 졸업생이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일정 상담 경력만 있으면 취득할 수 있다. 또 ㄱ씨는 자신의 직함을 ‘ㄴ대 성심리학과장’으로 내세우지만 ㄴ대는 교육부 정식 인가 대학이 아니다.

<알려왔습니다>

경향신문이 2월8일 보도한 '[단독]동성애 ‘전환치료’ 시도한 상담사 첫 퇴출' 기사에 언급된 ㄱ씨가 21일 "동성애를 정신질환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동성애 전환치료를 언급한 적 없고 시도한 적도 없다"며 "동성애는 전세계에서 논란이 여전하며 일관되지 않은 연구결과 역시 발표되고 있다. 부적절한 사유로 자신을 제명했다고 공표해 명예를 훼손한 학회 측에 피해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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