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안 산줄”...뒤늦게 산 주식 30%씩 쭉쭉 빠져, 지옥 문앞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틀새 33조 사고판 2차전지株
에코프로는 100만원 밑으로
포스코퓨처엠도 30% 떨어져


[사진 = 연합뉴스]
올 한해 국내 증시를 뒤흔든 투자 테마인 2차전지(배터리) 관련주들로 거래대금이 몰리면서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2차전지 종목 급락세가 시작된 지난 26일 이후 2거래일 동안 주요 2차전지 종목 4개의 거래대금이 전체 증시 대금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증권업계에선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같은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1.87% 하락한 883.79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는 4.41% 떨어졌다. 하루 동안 20% 이상의 변동폭을 보인 26일에 이어 이날에도 2차전지 종목들의 높은 변동성은 지속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각각 19.79%, 17.25% 하락했다. 에코프로 주가는 100만원을 깼다. 두 종목의 26~27일 최고점 대비 종가 기준 하락률도 35~36%에 달한다.

[사진 = 연합뉴스]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주가도 각각 5.71%, 13.21% 떨어졌다. 26~27일 하락률은 각각 22.25%, 29.97%다. 다만 반도체 등 다른 테마의 주식들이 반등하면서 이날 코스피는 0.44% 상승했다.

전체 증시의 거래대금이 일부 2차전지 종목에 몰린 현상이 되풀이 됐다. 26~27일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의 합산 일일 거래대금은 33조2392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코스닥을 합한 전체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32.5%에 달하는 수치다. 코스피에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의 거래대금 비중은 29.6%, 코스닥에서 에코프로 형제들의 거래대금 비중은 36.5%다.

이날 기준 국내 증시에서 지수 변동 관련 하락 기여도가 가장 높은 종목은 에코프로비엠으로 -13.37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 기여도는 코스닥 지수에서 해당 종목의 등락률과 시가총액 비중을 곱한 지표다. 이날 코스닥 지수 하락분 16.84포인트 중 에코프로비엠이 13.37포인트나 차지했다는 뜻이다. 기여도가 낮을수록 지수를 크게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에코프로의 하락기여도는 -10.92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시장에선 일부 2차전지 종목들이 코스닥 시장을 흔드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개미들은 코스닥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번주(24~27일) 들어 코스닥에서 1조631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2조3366억원을 사들였다. 앞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진 코스닥에서 7조941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 순매도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코스닥의 상승세를 주도하던 종목은 2차전지 관련주였는데,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하고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차익 실현 및 보유 물량을 정리하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들은 7월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 1~2위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주식도 각각 1조754억원, 1조414억원 순매도 했다. 지난 1~6월 동안엔 각각 1조1967억원, 1조9144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세로 주가를 끌어올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에 공매도가 몰리고 신용거래융자가 증가한 점도 시장 참여자들이 부담을 느낀 지점으로 손꼽힌다. 7월 기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거래금액은 각각 2조259억원, 1조9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비중이 9.63%에 달했다.

소위 ‘빚투(빚을 내서 투자)’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또한 코스닥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0조597억원으로 지난 4월 2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20조원을 재차 넘어섰다.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액은 올해 초 7조7569억원에서 30.7% 급증했다.

2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일제히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과거 IT버블 붕괴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병준 신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2차전지 관련주가 지난해 이미 많이 올라 더 오를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과거 3~4년 사이 오른 것보다 주가가 더 올라 버블현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SNS나 유튜브를 통해 투자 정보가 넘쳐나게 되면서 2차전지 종목으로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집중돼 상승세가 가팔랐다”며 “급격한 상승세가 나타났던 만큼 성장성이 좋은 종목이라 하더라도 과도한 상승에 따른 변동성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과거 버블 붕괴 사태와 달리 2차전지 관련주의 경우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버블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과거 닷컴버블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IT 관련주로 묶여 올랐던 반면 이번에는 2차전지 업종의 특정 종목들에 한정돼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본부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되면서 일부 종목 주가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 전체가 과열된 것은 아니고 특정 섹터가 과열된 것”이라며 “개인 수급에 따른 양극화나 쏠림현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폭도 과거 버블 붕괴와 달리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차전지 관련주를 놓고 외국인과 기관은 개인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2차전지 관련주의 개인 수급이 줄더라도 외국인이 빈 자리를 채우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도 “향후 3~4년간 반영될 기업가치가를 한꺼번에 당겨받은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증시가 하락해도 단기 급등을 되돌리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