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사자가 30분 부인해도 무시하고 보도, 언론의 탈 쓴 대선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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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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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핵심 업자 김만배씨가 만든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에 등장하는 당사자 조우형씨가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 없고 누군지 알지도 못한다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JTBC나 경향신문은 내 말을 무시하고 정반대로 보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시 JTBC와 경향신문 보도 내용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피의자 조우형씨가 ‘윤석열 검사가 내게 커피를 타주며 되게 잘해줬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장동 업자인 남욱씨가 조씨의 이 말을 전하는 형식의 보도였다. 남씨는 ‘윤석열 커피’ 이야기를 2021년 9월 김만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가짜 뉴스를 만들기 위해 1억6500만원을 준 신학림 전 노조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하고 남씨에게도 같은 얘기를 해 둔 것이다. 남씨는 그해 12월 조우형씨와 대질 신문에서 김만배가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런데 두 달 뒤 JTBC와 경향신문이 당사자 조씨 말은 무시하고 이미 번복한 남씨 진술을 인용해 보도를 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이 이를 받아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JTBC와 경향신문은 보도 전 당사자인 조우형씨와도 인터뷰했다. 조씨는 “JTBC 기자에게 30분 넘게 윤석열 검사에게 조사받은 적이 없고, 윤 검사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당시 대장동 대출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대상도 아니었다고 했고 JTBC 기자도 알았다고 했다”고 했다. 조씨는 “그런데 내가 말한 내용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기자는 “의혹 당사자인 조씨보다는 제3자인 남욱씨 진술이 더 신빙성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어떻게 말을 직접 한 당사자보다 그 말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이 더 신빙성이 있을 수 있나. 아무리 그런 의심이 들었다고 해도 최소한 당사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는 해야 한다. 언론 기본 중의 기본이다. JTBC 기자의 보도는 언론 보도가 아니라 애초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기자는 대선 후 김만배가 만든 가짜 뉴스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로 이직했다고 한다.

JTBC가 2022년 2월 28일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측근들이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조사받을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는 장면(위 사진). JTBC는 같은 달 21일에 이어 같은 내용을 반복해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그해 3월 6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우형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김만배씨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가짜 뉴스’로 드러났다. /JTBC

언론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최대한 팩트를 수집하고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도에는 당사자의 반론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완전히 무시하고 보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선 이 상식 밖의 행태가 대선 때만 되면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등장한다. 김대업 대선 사기 사건 때의 KBS, MBC가 그랬다. KBS, MBC는 이번 김만배 가짜 뉴스에도 어김없이 등장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김만배가 신 전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한 직후인 2021년 10월부터 ‘윤석열 커피’를 기정사실처럼 주장했다. 대선 3일 전 뉴스타파가 녹음 파일을 보도하자 불과 1시간 만에 자기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올렸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대량 배포됐다. 추천 수 조작까지 벌어졌다. 대선을 가짜 뉴스로 뒤엎는 세력들이 성공하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해당 언론사가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윤 후보가 낙선했으면 이 대선 사기의 전모는 밝혀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언론사는 사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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