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폰키엘리 (Amilcare Ponchielli, 1834-1886)’는 오페라 <약혼자들>, 이탈리아의 대표 시인 만초니의 장례미사를 위한 장송 행진곡 <5월 29일>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바로 프랑스의 대문호 중 한 명인 ‘빅토르 위고 (Victor-<arie Hugo, 1802-1885)’가 1835년에 쓴 희곡 <파도바의 폭군 안젤로 (Angelo, Tyran de Padoue)>를 각색한 오페라 <라 조콘다 (La Gioconda)>입니다.
베네치아의 몰락한 귀족이자 뱃사공 ‘엔초’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수 ‘조콘다’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엔초의 전애인이자 현재 고위 간부 ‘알비제’의 아내인 ‘라우라’만을 바라보는 엔초의 사랑을 시기하고 방해하려 합니다. 조콘다를 사랑하는 비밀경찰 ‘바르바나’의 계략으로 알비제는 엔초와 라우라의 사랑을 알게 되고 알비제에게 독약을 먹길 강요합니다. 짝사랑하는 엔초의 사랑을 지켜주고 그를 보내주기로 결심한 조콘다는 몰래 독약과 수면제를 바꾸고 엔초와 라우라의 도피를 돕습니다. 결국 조콘다는 바르나바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자결하며 막을 내리는 슬픈 4막의 오페라인 ‘라 조콘다’에는 그러나 전혀 이 분위기와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아름다운 관현악곡이 등장합니다. 바로 ‘시간의 춤 (Danza de las Horas)’입니다.
https://youtu.be/_mgLpLmQTq8?si=ahb0BnbG6SZJhiWY
알비제의 자택에서 열리는 연회 장면이 나오는 3막에 등장하는 이 관현악곡은 현재 단독으로 더 많이 연주되며 발레와 함께 다양한 편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간의 변화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과 어울리는 음식은 어떨까요? 겨울 아침의 따뜻한 핫초코 한 잔과도 잘 어울리고 저녁에 훌쩍 떠난 캠핑장의 장작에 구워 먹기도 좋은 마시멜로는 어떨까요?
‘마시멜로 (Marshmallow)’는 물과 설탕을 함께 끓인 후 계란 흰자를 저어 휘핑으로 만들며 붓고, 그 위에 얼음물에 불려 부드러워진 젤라틴과 포도당 등을 부어 굳혀 만드는 스펀지 같은 질감의 달달한 간식입니다. 원래는 흰색이지만 다양한 식용색소를 섞어 분홍, 파랑 등의 색을 띄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마시멜로’는 그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지금은 믿기 힘든 용도로 쓰였던 음식입니다.
고대 이집트 시기에는 젤라틴 대신 아욱과의 관목식물인 ‘마시멜로 (Althaea Officinalis)’의 뿌리즙을 이용하여 조리하여 약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습지 (Marsh)’의 ‘아욱 (Mallow)’이라는 식물명 그대로 ‘마시멜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의 달콤한 솜사탕과 사탕 중간의 스펀지를 닮은 이 캔디 ‘마시멜로’는 19세기 후반에 발명되었으며, 1948년, 미국인인 ‘알렉스 두막 (Alex Doumak)’이 기계로 압출하는 방식을 발명하여 특허를 냈습니다. 그렇기에 알렉스 두막이 1961년에 세운 회사 ‘두막 주식회사 (Doumak Inc.)’이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판매용 마시멜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f0w55vUwRNY?si=vz2lPaN01TSicD6d
마시멜로는 사실 미국에서 연간 4만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따뜻한 핫초크 위에 얹어 녹여가며 달콤하게 즐기거나, 캠핑장에 장작을 피워 두고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죠. 우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정을 나누는 음식인 ‘초코파이’의 중앙에도 마시멜로가 들어가 있습니다. 커피에 얹어 먹기도 하고, 밀크티도 만들 수 있으며, 샌드위치, 도넛 등 다양한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 바로 마시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점차 디저트나 간식,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레시피가 나타나고 있는 마시멜로와 디즈니의 <판타지아>에도 등장하여 재미를 주고 있는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을 함께 음미하시면 어떨까요?
https://youtu.be/tOBp7H8RN4M?si=XA9s-sv4xtt-1y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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