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가 요동쳤지만, 뷰티 관련주는 홀로 상승세였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중국 경기부양책 기대감, 수출 실적 호조라는 뚜렷한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투자심리를 확보한 덕이다. 증권가에서는 뷰티 업종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도와 국내 정치 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을 고려해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TIGER 화장품 ETF(상장지수펀드)는 전날보다 10원(0.37%) 오른 2680원에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9.64%, 11일 2.1% 오른 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종가 대비 13.32%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 0.8%씩 오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정치 리스크로 다수 업종이 약세를 보인 상황에도 비교적 견조했다.
ETF 구성 종목 대부분이 빨간불(상승)을 켰다. 이날 에이피알은 전날보다 100원(0.7%) 뛴 5만5300원에 마무리했다. 12월 들어서는 12.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브이티(45%), 실리콘투(16%), 코스맥스(15%), 파마리서치(17%), 한국콜마(3%), 아이패밀리에스씨(18%)는 물론 대형주 아모레퍼시픽(7.2%), LG생활건강(9.2%)도 강세를 나타냈다.
뷰티 업종에 대한 투심을 자극한 호재는 중국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 기대감이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 9일 2025년 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촉진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국회의에서 중국은 재정 정책에 대해 '더 적극적인'이라는 표현과 함께 전방위적인 내수 확대 의지를 보였다"며 "중국에서의 경쟁 심화와 경기 부진이 동시에 작용해 중국 내 화장품 매출 성장이 둔화했던 만큼 중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화장품주 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가 약 9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종전 역대 최대였던 2021년 전체 수출액 92억달러는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기업들의 화장품 수출은 지속 성장하면서, 10월 한 달 동안에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소비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북미·유럽·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올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전년 대비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4년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에 따르면 미국 내 K-뷰티 시장은 2026년까지 2배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뷰티주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달까지 주가가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해외 진출 의지는 당분간 굳건할 예정"이라며 "가성비와 피부 치료 선호 트렌드 덕분에 K-뷰티 브랜드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도 그대로 유지되며 해외 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화장품 업종 리포트를 발간한 다올투자증권은 에이피알을 뷰티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고, 아모레퍼시픽을 차선호주로 꼽았다. 에이피알은 지난 11월부터 12월 초 사이 진행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프로모션에서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을 통합해 한화 약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신규 브랜드 출시, 중국 사업 구조조정이 모멘텀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