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주도하는 반도체 컨소시엄이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2년 내에 HBM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에는 화웨이 외에도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회사인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JHICC)가 포함됐다. 앞서 미국은 2018년 자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기술을 빼낸 혐의로 JHICC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제재를 가한 사실상 첫 사례였다.
다만 구형 HBM도 데이터센터 등 AI 서버에 여전히 쓰이고 있어, 시장 내 비중이 작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HBM 시장에서 3세대 HBM2E 이하 점유율은 30%로 나타났다. 주요 데이터센터에서 쓰이는 수준의 HBM을 중국이 양산할 수만 있다면 자체 AI 모델 운영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중심의 HBM 컨소시엄은 중국이 자국 D램으로 만든 HBM을 화웨이의 AI 칩과 연결해 미국·대만·한국 없이도 독자적인 AI 인프라를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는 시도로 보인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제품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다. 화웨이 컨소시엄 외에도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최대 낸드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역시 각각 HBM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D램 제조는 물론 관련 패키징(조립) 기술력 면에서도 최고난도인 HBM을 독자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면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등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상품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도 있다. 현재 HBM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곳 뿐으로 한국은 전체 HBM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