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명 몰렸던 이회사, 모든직원 권고사직 통보…무슨일이 [더테크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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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11.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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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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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웨이브] 스타트업들에 혹독한 '겨울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작년만 해도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었죠.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 △인플레이션 공포 △경기침체 우려 △ 기술주 폭락 등이 맞물리면서 급감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감지됐었는데요. 약 3개월의 시차를 투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로 옮겨붙더니 일시적 '투자겨울'을 넘어 장기간 지속되는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사업모델(BM)은 없지만 투자금을 받아 생태계 확장에 집중해온 스타트업들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들 스타트업은 시장 감소, 인력 이탈, 자금 부족, 투자 위축이라는 4중고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몸집을 키우던 정보기술(IT)스타트업들이 한순간에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의 역습'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해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합니다.

서비스를 일시중단한 오늘회 서비스 공지사항. <오늘식탁 홈페이지 캡처>


◆위기에 빠진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최근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 스타트업 업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300여 개 협력업체 총 40억원 규모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위기에 빠졌습니다. 2016년 설립된 오늘식탁은 지난 4월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131억4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이어왔죠.

하지만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지난 6월부터는 협력사 대금 지급이 중단되며 내부적인 부실이 커졌다고 합니다. 회사 측은 지난 5일 공지사항을 통해 이렇게 밝혔죠. "오늘식탁은 적자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분기부터는 적자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회사BM, 조직,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오늘식탁은 조직과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9월 1일 서비스를 일시 중지시킨 것은 실제로 오늘회의 서비스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회사 측이 추석 이후 서비스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BM 돌파구를 찾고 추가로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오늘식탁은 작년 초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었습니다. 누적 회원 수도 75만명에 웃돌았죠. 하지만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됐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오늘회 정도의 사이즈 서비스도 이렇게 위기에 쓸려나가는데 더 작은 곳들은 오죽하겠나"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위기의 스타트업들

자금·인력난에 비상이 걸린 것은 오늘식탁뿐만이 아닙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도 핵심 C레벨들의 '줄퇴사'가 잇따르고 있어 위기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스탠퍼드대 출신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고 하네요. 투자금을 받아 급속도로 회사 규모를 키웠지만 수익화가 이뤄지지 않고 '투자겨울'이 찾아오면서 회사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해 7월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500억원 투자를 유치했지만, 현시점에서 새로운 투자 유치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이은 퇴사 행렬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교육 플랫폼 탈잉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최근 이 회사는 C레벨 임원이 모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탈잉은 지난해 2월 메가스터디, 엔베스터, 신한대체투자운용, DSC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등에서 15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죠. 하지만 호황기와 비교했을 때 '레드오션'이 돼버린 시장 경쟁 상황과 무리한 확장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벤처업계에 몰아치는 'D의 공포'

그간 초기 투자, 시리즈A·B·C 이후 상장 추진 과정에서 우상향만 있었던 주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투자 빙하기를 맞아 '우하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규모는 올 7월 기준 83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659억원보다 72.7%나 급감했죠. 올 6월(1조3888억원)과 비교해도 투자금이 38.9% 줄었습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줄 거라 기대됐던 모태펀드 예산도 줄어들게 됩니다. 정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는데, 5200억원이었던 올해와 비교해 대폭 삭감된 규모입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 사이즈가 커진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추가 투자를 받아야 조직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인식이 최근 절반 정도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고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기존 주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경영진을 대상으로 고금리 전문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닙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심사역은 "유니콘으로 거론된 기업도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방증"이라면서 "투자가 없으니 심사역들도 줄이는 분위기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간 규모의 VC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정리해고 도미노 시작되나

돈줄이 막히면 스타트업의 경영 키워드도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하겠죠. 테크·플랫폼 기업은 거래액이 늘면 개발자나 서비스 인력도 늘려야 하는데, 이러한 인건비 증가도 최근엔 리스크로 작용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올해 사업 계획과 비용 전략 등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적자를 내고 있는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경우 채용 축소와 마케팅비 삭감 등을 모색하고 있죠.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보다는 '숫자(실적)'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실 해외에선 이미 스타트업발 정리해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미국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볼트는 전체 직원의 28%인 250여 명을 해고했죠. 또 다른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스라시오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직원 20%를 감축했습니다. 독일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고릴라는 최근 본사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320여 명을 내보냈습니다. 전 세계 스타트업 구조조정 현황을 집계하는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달 해고된 스타트업 직원 수는 1만4708명에 달합니다. 이는 4월(3703명)보다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입니다.

◆2023년 '플랫폼 구조조정' 이뤄지나

IT업계 일각에서는 '제2의 닷컴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닷컴버블 시절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블록체인,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관련 투자가 급증했었죠. 거품은 가장 많이 오른 곳에서 가장 급격하게 빠지고 이는 상황입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창업자는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투자 라운드와 비교해 기업가치를 70% 이상 깎으려고 해 일단 투자 유치를 보류한 상태"라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2001년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처럼 2023년 '플랫폼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만난 국내 한 기업 대표는 "한국인들이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봐도 과할 만큼 친절하고 편리한 IT 서비스들에 길들여져 왔는데, 사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돈으로 쌓은 모래성 위에 만들어진 서비스이고, 실제로 돈을 버는 업체들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슬기롭게 위기를 대하는 방법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옥석 가리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있습니다. 불황기엔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죠. 민간 자금 위주의 시장이 형성된 해외와 달리 정부 모태펀드 자금이 기반이 된 국내는 투자 여건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간 자금은 곧바로 투자가 동결될 수 있지만, 정부 자금을 위탁받은 운영사는 특정 기간 내에 자금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혹한기에도 투자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심할수록 경쟁자가 줄어들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과연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진짜 고수'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로 이번주 '더테크웨이브'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투자를 꽤 받고도 망하는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젠가는 일어나야 되는 일이었다. 안되는 사업을 질질 끄는 것보단 빨리 잘 망하고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더 건강한 스타트업 문화가 된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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