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탑에서 사라진 왕관…"찰스 3세 머리에 맞게 보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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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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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 뒤덮이고 루비 등 보석 444개 박혀
"안전 담보 위해 어디에 있는지 비공개"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런던탑에 보관 중이던 영국 국왕의 왕관이 사라졌다. 내년 열릴 새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앞두고 왕의 머리에 맞게 정밀한 보정을 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이 어디에서 이뤄지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 새 국왕이 대관식 때 쓰는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 높이 30㎝, 둘레 66㎝, 무게 2.23㎏이다. 게티이미지 제공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2023년 5월6일로 예정된 대관식을 준비하고자 런던탑에 있던 왕관을 모처로 옮겼다고 밝혔다.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이란 이름이 붙은 이 왕관은 순금으로 장식돼 있으며 토파즈, 루비, 자수정,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이 444개나 박혀 있다. 버킹엄궁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관식은 새 국왕의 즉위를 만천하에 알리는 종교 의식이다.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새 국왕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 대관식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문제는 왕관이 높이가 30㎝, 둘레가 66㎝에 이르고 무게도 2.23㎏이나 나가는 등 쉽게 다룰 수 없는 물건이란 점이다. 대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국왕이 편안하게 착용하고 있으려면 아무래도 국왕의 머리에 맞게 보정을 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임 국왕 엘리자베스 2세의 경우 즉위 이듬해인 1953년 대관식 때 처음 왕관을 썼는데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왕관이 너무 무거워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여왕은 대관식이 끝난 뒤 다시는 이 왕관을 쓰지 않았다.
 
지금의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의 부친 찰스 1세가 왕권에 도전한 의회파에 패배하고 1649년 처형을 당한 뒤 왕관마저 폐기돼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침 새 국왕의 명칭이 ‘찰스 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묘한 인연이다.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 2023년 5월6일 그를 위한 대관식이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과 마찬가지로 찰스 3세의 대관식도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될 전망이다. 다만 그때보다 훨씬 간소한 의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BBC는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는 외국 왕실 구성원과 정부 대표 등 8251명이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그 4분의 1 규모인 2000여명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3시간 동안 진행된 여왕의 대관식과 달리 1시간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굳이 대관식을 열어 막대한 비용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BBC는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존재감을 높이고 또 영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중요한 외교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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