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갈등에…'신탁 재건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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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15.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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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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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분쟁 정비사업 늘자
조합, 신탁사에 시행 위탁
여의도 은하·신월 시영 등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키로
사업 속도 더 빨라지지만
'수수료 부담' 일부 반발도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가운데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곳이 늘고 있다. 초기 사업 자금을 빨리 조달할 수 있어 속도전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최근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다 보니 상대적인 전문성이 있는 신탁사를 대안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다. 다만 신탁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면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974년에 준공돼 50년 가까이 자리한 여의도 은하아파트는 최근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은하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최근 소유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신탁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는 전체 360가구 중 281가구가 참여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신탁 방식은 (조합 방식보다) 시공사와의 관계에서 좀 더 주도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현재 신탁사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1988년에 준공된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도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도 지난달 소유주를 대상으로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곳 위원회 관계자는 "조사 결과 91.9%가 조합 방식 대신 신탁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제때 심의 문턱을 넘으려면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쯤 신탁사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 공고를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 주요 신탁사들은 이에 신월시영아파트 소유주를 대상으로 주말마다 설명회를 열고 있다.

1985년에 지어져 최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구로구 구로우성아파트도 한국토지신탁, 무궁화신탁, 하나투자신탁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1982년에 건립된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는 아예 지난 8~11일 신탁사를 예비로 뽑는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자산신탁이 70%가 넘는 득표율로 선정됐다. 노원구 상계동에선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노후 단지를 상대로도 신탁사 설명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신탁사의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9일 영등포1-11재정비촉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사업 대행자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영등포1-11구역은 영등포구 영등포동 5가 30 일대를 일컫는다. 이곳에는 앞으로 818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3일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신탁사는 사실상 금융업체라 사업 초기에 자금을 조달하기 용이하다"며 "요즘 신탁사들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이상하게 올리는 걸 잡아주겠다고도 많이 얘기한다"고 전했다.



다만 신탁 방식의 단점도 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높은 단지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체 사업성이 좋은 곳에선 '신탁 수수료를 왜 줘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강남과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에선 신탁 방식이 거의 없다. 신탁 방식은 애초에 사업성이 낮은 단지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다 조합 방식으로 바꾼 한 서울 아파트 단지 관계자 역시 "등기부상 실질적 소유권이 신탁사로 이전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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