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육박’ 치킨값 이게 맞나…공정위까지 나섰다

입력
기사원문
안경준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배달비 포함하면 3만원 육박하는 치킨 값
“마진율 높은 수준” vs “가맹점주들이 인상 요구”


굽네 등 치킨업계가 잇따라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인상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인상에 담합이나 사모펀드가 취한 폭리 등이 개입됐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치킨업계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난 21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가격 자체에 개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가격 상승이 담합 등으로 인한 것이라면 면밀히 살펴서 조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치킨업계 본사 마진율이 8.2%인 것을 두고는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진율이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 관련 갑질이나 폭리 관련 조사를 한 바 있고 올해 3월에도 추가 조사를 실시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법 위반이 있다면 올해 안에 시정 등 관련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bhc 치킨은 지난해 12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85개 메뉴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또한 순살 치킨 메뉴 7개의 닭고기를 국내산에서 값싼 브라질산으로 바꾸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이날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랐고,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인상됐다. 교촌치킨의 경우 지난해 대표메뉴인 허니콤보의 가격을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려 배달비를 고려하면 소비자가 치킨 1마리를 먹을 때 3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덮치며 치킨 2만원 시대 열려
 
2021년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제품 권장가격을 평균 8.1% 인상하면서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렸다.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가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랐다. 교촌오리지날과 허니오리지날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교촌윙과 교촌콤보가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레드윙과 레드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BBQ 역시 2022년 제품 가격을 2000원씩 인상했다. 인기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1만9000원에서 2만1000원이 됐다.
 
치킨 업체들은 당시 가격 인상 이유를 주로 인건비 상승과 가맹정 수익 개선으로 꼽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밀가루 등 가격 상승 부담이 있던 시기였다. 교촌에프앤비는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상승 및 각종 수수료 부담에 최근 전방위적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조정 시기와 폭은 교촌치킨 본사와 가맹점소통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 역시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 단체 “가격 인상 근거 불충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협의회)는 업체들이 내세우는 인상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해 왔다. 협의회는 지난 1월 “원가 부담 때문에 가격을 인상했다는 bhc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연평균 영업이익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협의회는 “bhc의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30.1%로 다른 브랜드와 업종 대비 유난히 높다”며 “2018년 대비 2022년의 매출원가 상승률은 5.7%이지만, 순이익률은 31.8%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bhc를 포함해 교촌치킨, BBQ 등 3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프라이드치킨 가격이 2만원으로 동일하고, 대다수 메뉴 가격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2022년에는 주 원재료인 닭고기 가격은 9∼10호 크기를 기준으로 2015년에는 3297원에서 2020년에는 2865원까지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3343원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짚으며 원재료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도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bhc는 상생간담회에서 가격 인하를 주장한 가맹점주는 한 명도 없었고, 이번 가격 인상은 가맹점주들 요청을 반영한 결정이었다며 소비자단체협의회 성명을 반박했다.
 
한편 bhc, 교촌, 굽네, BBQ, 푸라닭 등 5대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대표 5인은 입장문을 통해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등 6000원을 떼인다”고 고통을 호소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가맹점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배달비 부분도 검토할 예정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