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담 덜어주려… 장애 외손자와 자살

입력2012.11.19. 오후 11:20

수정2012.11.20. 오전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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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포천 70대 목매… “평소 생활고 안타까워해”

70대 노인이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외손자와 동반 자살했다. 경찰은 장애아인 외손자로 인한 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할아버지가 손자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쯤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한 주택 창고에서 ㄱ씨(72)와 ㄱ씨의 외손자 ㄴ군(12·뇌병변 장애 1급)이 나무에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ㄱ씨가 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은 ㄱ씨가 외손자인 ㄴ군을 목졸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ㄱ씨의 유서 내용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ㄴ군은 선천성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를 앓아왔다. ㄴ군 부모는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친정아버지를 찾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주중에는 ㄱ씨가 ㄴ군의 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숨진 외할아버지와 외손자가 발견된 장소는 ㄱ씨의 아들이 사는 곳의 주변이다. 경찰은 “ㄱ씨가 평소 자신의 딸이 장애아인 외손자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ㄴ군은 그동안 포천시로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을 받았으나 하루 2~3시간에 불과한 제한적인 지원으로 부모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외할아버지가 평소 딸의 힘겨운 삶을 걱정해 여러 방면으로 해결책을 알아봤으나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모는 현재 무직 상태로 이 같은 사정을 비관한 외할아버지가 순간적으로 딸을 걱정해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자세한 사건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19일 포천 경기도립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아무 할 말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은 “부모가 장애아이를 돌보는 데 경제적이나 정서적으로 힘겨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경기 파주 남매 화재 사건에 이어 발생한 이번 사건을 한 가정의 불행으로 넘겨서는 안된다”며 “장애아 가족의 고통을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주에서 지난달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남매가 의식불명에 빠진 뒤 9일 만에 누나가 사망한 데 이어 뇌병변 장애 1급인 남동생이 22일째 경기 일산 백병원 중환자실에서 뇌사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포천 |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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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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