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만났지만…'ARM 빅딜'은 없었다

입력
수정2022.10.06. 오전 5:27
기사원문
민동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머니투데이 DB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 인수가 사실상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ARM 최대주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ARM 매각에 공을 들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600억달러(84조6000억원)에 달하는 몸값도 부담이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손 회장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찬을 겸해 늦은 시간까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알려졌던 ARM 지분 매각이나 프리IPO 참여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서) 지분매각이나 프리IPO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ARM 가치가 고평가됐고 독자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양사 간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며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외화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애초 이 부회장이 ARM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AMR 인수와 관련, "아마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텐데 그때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수제안의 주체가 손 회장이고 이 부회장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였다.

실제로 ARM과 관련해 마음이 급한 쪽은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올 2분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적자를 기록했다. 급한대로 우버와 알리바바 등의 지분매각으로 투자 손실을 줄이고 있다. 최근엔 ARM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을 유치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ARM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RM의 가격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 400억달러보다 50%가량 오른 6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ARM은 연매출 27억달러(3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로열티 수익이 연간 2억달러(2800억원) 수준에 달할 정도긴 하지만 최근엔 사이파이브 등 오픈 소스 방식의 리스크 파이브 기술에 기반한 대체재가 등장하면서 영향력이 줄고 있다. 매출의 5분 1 정도를 차지하는 ARM차이나가 최근 사실상 중국 정부로 넘어간 것도 ARM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

공동 인수 시나리오도 물 건너간 모양새다. 앞서 ARM 공동 인수 의사를 밝혔던 SK하이닉스와 인텔, 퀄컴 등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공동 인수 비용이 IP(지적재산권) 로열티를 내는 것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고 이사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은 까닭에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ARM이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당장 들인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크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서 굳이 '빅딜'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