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인상 그리고 이번을 포함한 총 4차례"라며 "앞서 3차례의 사례들이 국내 신용 위기 또는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1400원 환율이 시장에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는 이전 1400원 환율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우려는 있으나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미국 신용스프레드도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인다"고 했다.
경기 사이클도 견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국내 경기는 여전히 내수 불안이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등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도 동반 약세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몇일간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외국인도 원화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원·달러 환율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패권을 장악하며 강달러 현상은 본격화됐다. 일각에서는 13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 신용위험을 자극할 변수로 중동발 유가 급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1400원 환율은 금융시장 입장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시그널일 수 있으나 과거와 같이 위기로 이어지는 바로미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서 지적한 이유를 고려할 때 과도한 공포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