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글을 대신 읽고, 대신 써주는 시대다. 챗지피티(ChatGPT)는 자기소개서·지원서를 작성해주는 건 물론이고 열쇳말만 넣으면 소설과 시까지 뚝딱 완성해준다. 연구보고서 내용을 요약해달라면 해주고, 이미 쓴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해달라고 하면 해준다. 글을 이해하고 쓰는 창작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질문만 하면 답이 나오는 시대에 ‘문해력 교육’은 필요 없어진 게 아니라 더 중요해졌다. 질문 능력을 갖춰야 하고, 거짓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업 오픈에이아이(OpenAI)는 2023년 3월14일 지피티-4(GPT-4)를 공개하면서 누리집에 다음과 같이 썼다.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들려주는) 환각 현상이 있고, 추론 오류도 있습니다.”
오픈에이아이는 지피티-4의 환각 현상이 이전 모델보다 줄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제 온라인상에서 가짜정보를 만들고 확산하는 일은 훨씬 쉬워졌다. ‘미국 변호사시험에서 상위 10% 성적을 거둘 만큼’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갖춘 챗지피티에 의존하다보면, 비판적 사고의 끈을 놓기는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교실 속 문해력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경인교육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 정현선 교수에게 자문해 청소년 8명의 ‘디지털 문해력’을 관찰하고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