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죄 받기 글렀으니 죄 없애버기로 작정"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없애고 형량기준 상향도 추진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재판받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된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거대 야당이 당대표 방탄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인 주철현 의원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사건'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죄의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한 형법 제130조에 '위법성 조각사유'를 신설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서 제3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공익법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2014~2018년 관할 기업들의 인허가 등 민원을 해결해 준 대가로 성남FC에 광고비 등 명목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죄)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성남FC에 지급된 돈은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닌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돈이라며 적극행정의 일환일 뿐 이 대표가 취한 이익은 없다고 해명해 왔다.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해당 개정안과 관련 "무죄 받기 글렀으니 아예 죄를 없애버리기로 작정했다"고 쏘아붙였다. 한 대표는 전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러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져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차라리 민주당 정치인이면 죄지어도 처벌 안 받는 '치외법권'을 주는 법을 만들라"로 꼬집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를 없애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량 기준을 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역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많다.
판사 출신인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어 15일에는 공직선거법에서 피선거권 박탈 기준이 되는 형을 벌금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두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은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이뤄진 날이다.
다만 부칙에 법 개정 이전 범죄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이 대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재판과는 무관하게 준비한 법안으로 당 지도부와도 상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대표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 등 당내 경선과 관련한 정당법 위반 범죄의 공소시효를 6개월로 줄이는 법안도 발의했다. 부칙으로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 행위에도 소급 적용하도록 하면서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만약 법이 개정된다면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모두 면소 판결을 받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법안까지 입맛대로 고치려는 입법 폭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