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공포, 불안, 스트레스 등의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속 '편도체'의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면, 뇌졸중 환자의 혈관질환 발생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김정민 교수와 중앙대병원 박광열·석주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편도체 및 척추에서 활성화된 대사 작용이 뇌졸중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연구 결과를 지난 9일 밝혔다.
앞서 사망 위험이 큰 뇌졸중의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혈관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혈관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더라도 재발이나 혈관질환을 경험하는 뇌졸중 환자는 발생하고 그 원인은 아직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 110명의 양전자 단층 촬영(FDG-PET)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위험인자 외에도 뇌졸중 환자의 나쁜 예후에 관여하는 요인으로 뇌 속 '편도체'에 주목했다. 앞서 최근 연구에서 공포, 불안, 스트레스를 느낄 때 활성화되는 편도체는 대사 작용이 활발해지면 척추 등 조혈기관의 염증세포를 증가시켜 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도체가 뇌졸중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까지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장기의 대사활성도를 측정하는 '양전자 단층 촬영(FDG-PET)'으로 2015년 8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급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110명을 검사했다.
연구팀이 퇴원한 환자들의 뇌졸중 재발 및 혈관사건(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 사망)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 편도체와 척추의 대사활성도가 높은 환자가 이 수치가 낮은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편도체 대사활성도가 높은 환자는 낮은 환자보다 혈관사건 발생위험이 약 3.1배 증가했는데,척추의 대사활성도가 높으면 뇌졸중 재발 위험이 약 4.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당뇨와 사구체 여과율 등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결과, 편도체 및 척추의 대사활성도는 뇌졸중 재발과 혈관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예측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전통적인 혈관 위험인자뿐 아니라, 뇌와 심장을 연결하는 신경경로가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편도체 대사활성도와 혈관질환의 연관성은 불안·스트레스에 대한 치료가 뇌졸중 재발 예방 효과가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뇌졸중 치료 전략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김정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졸중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병태생리 기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기전을 더욱 정확하게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심혈관영상저널(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 1월호에 게재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