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해야 할 ‘여야 협상과 불법 불용’[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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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제22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약진과 기타 군소 정당의 사실상 소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의 정당지지율이나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 등에 비춰볼 때 뜻밖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2년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통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정권심판론인 것처럼, 지난 대선 역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용했다. 2년 후의 지방선거, 3년 후의 대선에서도 그렇게 될까? 그것은 정부·여당의 변화 여부에 달렸다. 즉, 민주당이 변하지 않고, 정부·여당은 변화한다면 차후의 선거에서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공수처법을 개정하고, 위장 탈당을 불사하면서 ‘검수완박’ 입법을 처리했던 태도가 계속된다면, 그리고 정부·여당에서 야당의 당대표 사법 리스크, 공천 갈등, 막말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참패한 이유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개선을 한다면, 다음 선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상당 부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제 정부 형태 아래서 정부·여당과 다수 야당이 계속 충돌하게 되면, 정치 불안과 정국의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고, 자칫 대한민국의 장래가 암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선거 결과를 떠나 양당 모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공약 및 이를 통한 정책 선거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뜬구름 정책이나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외환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고통 분담을 호소해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 희망과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총선을 좌우한 결정적인 변수는 정권심판론이었지만, 여전히 무당층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즉, 여야 모두에 실망하는 국민이 상당수다. 더욱이 여야 지지층 내에서도 최악을 피하려는 상대적 선택으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투표한 국민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나치의 급진적 주장이 국민의 지지를 얻었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국민이 거대 양당을 모두 외면하게 될 때, 다음 선택은 급진 정당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대 정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통한 우리 편 결집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로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파트너로서 선의의 정책 경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여야의 분권과 협치는 각자의 고집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여야의 견제와 균형이 불필요하다는 것도, 불법과 비리를 용인하라는 것도 아니다. 엄정한 법치의 중요성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강조돼야 한다. 다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비난은 자제돼야 한다. 제22대 국회는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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