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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의 1억 출산 보너스, 왜 논란일까?

2024.02.22. 오후 5:58

재계의 기인으로 불리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또 한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이달초 열린 시무식에서, 쌍둥이를 낳은 직원에세 출상장려금을 무려 2억원이나 준 건데요. 와우. 이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의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회사의 지원 덕에 둘째도 계획할 수 있게 됐다는. 얼만큼 진심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금융치료’에 녹아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중근 부영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쌍둥이를 낳은 직원에게 출산장려금 2억원을 전달하는 모습. 부영은 최근 출산 직원에게 출산장려금 1억원을 주겠다는 회사 내부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직원에게만 줬을까요? 아닙니다. 2021년부터 출산한 직원에게 1억원씩 모두 70억원을 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발표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은 앞으로 애 낳으면 무조건 1억원씩 주겠다. 여기서도 끝이 아닙니다. 셋째를 낳는다? 그러면 영구임대주택까지 주겠다는 겁니다.(안승찬 대표님 보고 계십니까?)

이 같은 부영의 출산지원책은 유력 일간지 1면에 대서특필되기도 했죠. 윤석열 대통령도 기업의 세제 혜택을 검토하라는 발언을 내놨고요. 기획재정부도 3월까지 세제 지원방안을 만들어서 발표하겠다고 얘기합니다.

부영이 쏘아 올린 ‘큰’ 공. 오늘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의 주인공은 이중근 부영 회장과 저출산 정책입니다. 과연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인가. 이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하나. 이걸 입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받은 건 1억원인데, 세금 떼니 6,400만원?

일단 벌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주는 출산장려금에 왜 세제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냐! 뭐 이런 논란인데요.

자 그럼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보죠. 지금 세법상으론 회사에서 주는 출산장려금은 근로소득으로 잡힙니다.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거죠. 뭐 소득이니까 세금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6%에서 시작해서 최고 45%까지 높아지는, 누진세율에 맞춰서요.

잡코리아에 따르면 부영의 평균 연봉은 6,160만원입니다. 출산 적령기의 직원이 돈을 얼마 받는진 알 순 없지만. 여기에 맞춰서 계산을 해보면. 원래 이 직원은 근로소득을 902만원 내야 합니다. 1,400만원 이하 금액은 6%, 1400만원 초과하지만 5,000만원 이하인 금액에 대해선 15%, 5,000만원을 넘어선 1,160만원엔 25%의 세율이 부과됩니다. 뭐 이 정도 세금이야 그리 많진 않습니다. 지방세를 더하면 992만원 정도를 내고요.

근데 1억원이 더해지면 다릅니다. 그러면 올해 근로 소득액은 1억6,160만원. 많게는 38%의 세율까지 적용한 결정세액은 4,147만원. 지방세 10%를 더하면 4,562만원. 이 직원의 경우 1억원 출산장려금에 3,57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부영에선 1억원을 줬지만, 통장에는 6,430만원이 꽂힌다는 얘기. 받는 사람 입장에선 체감도가 확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으로 주나, 증여로 주나... 누가 내느냐의 차이

그래서 결국 부영이 어떤 선택을 했냐. 근로소득이 아니고, 증여로 출산장려금을 줬습니다. 세율이 10%인 증여로 주면 받는 사람이 세금이 확 줄어드니까요. 1,000만원을 뺀 9,000만원이 통장에 찍힌다는 겁니다. 그만큼 출산 장려의 효과가 커지는 셈입니다.

그러면 증여로 주면 되지, 왜 세제 혜택 얘기가 나올까요. 받는 사람의 세금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세금의 총량은 크게 줄어들진 않습니다. 출산장려금이라는 게 법인엔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는 일종의 임금입니다. 그 돈만큼 공제하고, 법인세를 계산한다는 얘기인데요.

최근 모 언론에 부영의 세금 문제 해결하려고 기재부가 세법 시행령을 바꿨다는 기사가 있습니다만. 원래는 안됐는데, 세법 시행령 바꾸면서 출산장려금도 비용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골자인데요.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원래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출산장려금은 얼마가 됐든 모두 비용 공제가 됩니다. 근로소득이니까요. 특히 출산보육수당의 경우엔 월 20만원까지 받는 사람도 비과세이고요. 이번에 바꾸는 세법 시행령은 지금까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앞으로는 회사가 정책적으로 출산장려금을 주는 경우에만 비용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입니다.

여하튼 증여로 하게 되면 비용 공제를 할 수 없습니다. 부영은 아마도 소득이 3,000억원을 넘어서는 법인일 테니까, 법인세율 24%에 지방소득세 2.4%를 더한 26.4%만큼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 법인세를 낼 때 말이죠. 그러면 2,640만원 정도의 세금을 회사가 부담했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전체적인 세 부담은 3,640만원으로 근로소득으로 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래서 부영에서 이렇게 요구하고 있죠. 이거 기부금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달라. 그러면 받는 사람도, 주는 회사도 둘 다 세금을 안 내도 되니까요. 우리도 큰맘 먹고 주는 건데 세금 부담하면서 줄 수 없는 노릇이고. 받는 사람도 효과가 있으려면 최대한 세금을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뭐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통장에 1억원이 찍히는 거랑, 6,400만원이 찍히는 거랑 느낌이 다를 수밖에요.

출산 장려를 기부로 봐도 될까?

때문에 여러 방안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부영이 제안한 ①기부 면세안을 포함해서요. 화끈함 측면에서 보면 기부 면세안이 가장 화끈하죠. 세금을 하나도 떼지 않으니까요.

근데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출산장려금을 기부금이라고 볼 수가 있냐. 뭐 공익을 위한 거라고 하면 또 기부가 될 수도 있겠죠. 여기에 전제는 저출산 극복이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입니다. 그렇게 보면 공익을 위한 것도 같긴 합니다만. 여하튼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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