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의 핵심사상 중 하나인 중관철학에 대해, 티벳 교학의 권위자이면서 한국에서 티벳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티벳 스님이 직접 한국어로 저술한 책으로, 중관학에 대한 개설서이자 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1.
공사상으로 대표되는 중관학은 초기불교의 무아사상에서 비롯되어, 인도의 용수보살이 반야경에 근거하여 정립시킨 대승불교의 핵심사상 중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의 대승불교는 티벳과 중국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티벳불교는 인도 대승불교의 뼈대가 되는 중관사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를 고도로 발전시켰다.
이 책은 티벳 출신 스님에 의해 쓰인 중관학 전반에 관한 개설서이다. 이 책의 저자인 남카 스님은 티벳의 3대 사찰 중 하나인 간댄사원으로 동진 출가하여 30여 년간 티벳 경전과 논서들을 공부하고, 티벳 불교학 최고 학위에 해당하는 게셰하람빠의 지위를 획득한 교학의 권위자이다.
저자는 계사戒師인 달라이 라마존자로부터 중도의 법맥과 공사상에 대한 법문을 전수받고, 티벳의 여러 스승들에게 『중론』을 공부하였으며, 또한 이러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겔룩빠의 본사인 간댄사원의 교수로 활동하였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에 한국으로 와 지금껏 티벳불교를 전파하고 있으며, 특히 중관학에 조예가 깊어 한국에서도 다년간 중관학을 강의해오고 있다.
2.
중관학의 갈래 가운데 주로 귀류논증학파의 관점에서 쓴 이 책은 귀류논증학파의 논리 방식에 의해 공성의 의미를 주로 설하고 있으며, 더불어 다른 입장의 중관학인 자립논증학파나 유식학의 견해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귀류논증학파의 여덟 가지 특징을 『입중론』을 중심으로 간추려 해석하였는데, 티벳 중관학의 완성자라 불리는 제 쫑카빠의 『의취선명』을 토대로 하여 말투까지 그대로 본받아 조금씩 풀어서 중관사상의 의미를 해석하였다. 그리고 티벳불교 중관학과 수행론의 교과서라 할 만한 『보리도차제광본』과 『보리도차제중본』, 『지혜의 바다』, 『선설심론善說心論』 등을 참고하였으며, 공성에 대해 설함에 있어서 비할 바 없이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달라이 라마 존자의 저서인 『중론의 열쇠』 등도 참고하여 현재 티벳 본사의 강원에서 배우고 있는 교재의 형식대로 저술하였다. 따라서 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티벳 전통 사원에서 공부하는 방식대로 중관학을 공부하는 간접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중관학의 논리적인 이해에 치중하여 저술된 것이지만,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혜를 함양하고 보리심과 복덕을 쌓고 실제적인 수행으로 인도하고 있으므로, 중관의 이해와 더불어 수행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교과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