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나는 사실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본심은 노래가 절정으로 향하며 드러난다. ‘한 번은 널 볼 수 있을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길’과 같은 미련 담긴 가사가 폭발하는 고음과 만나면서 어느새 청자도 이별의 현장에 서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헤어지자 말해요'는 한국식 이별 발라드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곡이다. 지난 4월 공개 후 입소문을 타더니 6월 중순엔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아이돌 댄스, 팝 위주의 국내 음원 차트 속에서 꿋꿋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선 7월 한 달 동안 집계한 월간 차트에서 발라드곡으론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데뷔 10년 만에 히트곡을 안게 된 가수 박재정(28)을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헤어지자 말해요'는 대중성을 겨냥해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가창은 10년 동안 그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자신의 가창력을 평가할 때 박재정은 냉철하고 솔직한 모습이었다. “데뷔 초반엔 노래를 부르는 중에도 (스스로) 마음에 안 들고 못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7년 ‘좋니’(윤종신)라는 곡을 받았는데 고음이 안 올라가서 결국 부르지 못한 아픈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중저음 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진 그가 데뷔 후에도 보컬 학원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고음 연습에 매달린 이유다. “연습량이 쌓인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헤어지자 말해요’의 성공으로 노력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수록곡들은 사랑보다는 불안과 외로움의 감정이 어둡고 짙게 배어 있다. 20대 박재정이 겪은 감정들이다. 그는 “원하는 모습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실력이 부족한데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동시에 가정 형편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고 돌이켰다.
그의 이름 앞에는 ‘정통 발라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근 음원 차트를 중심으로 나오는 ‘K-발라드’ 위기에 대해 “차트 상으론 그렇게 보일지라도 발라드가 약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누구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자신만의 발라드 애창곡’을 갖고 있지 않냐”면서 “대한민국에서 노래방이 없어지지 않는 한 발라드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박재정은 오는 9월 단독 콘서트를 연다. 정규 앨범을 낸 다음 날부터 바로 새로운 곡 작업도 들어갔다. 가수 김동률, 윤종신 그리고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팬이라는 그는 “선배들의 놀라운 가사를 보면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작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삶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게 얘기하고, 많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