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재건축도 '썰렁'…수익성 악화에 건설사 너도나도 '선별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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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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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남성·노량진1구역 등 시공사 선정 줄줄이 실패
수익성 악화, 서울서도 선별수주 심화
입주물량도 감소세, 공급부족 따른 집값 급등 우려
서울 도심 내 알짜 입지를 갖춘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데일리안DB
[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서울 도심 내 알짜 입지를 갖춘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원자잿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미분양 리스크까지 더해져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선별수주에 나서는 등 소극적으로 나서면서다.

1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원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2021년 첫 현장설명회 당시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 롯데건설, DL건설이, 지난해 5월 2차 현설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건설, 동부건설, 남광토건, 대방건설 등이 참석하며 수주에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조합은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공사비를 기존 1050억원에서 1440억원으로 대폭 올리고 입찰보증금을 9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해를 두 번 넘기도록 시공사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은 지하 3층, 지상 28층 규모의 488가구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으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46가구에 그친다. 일반분양분이 전체 가구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량진뉴타운 내 규모가 가장 큰 노량진1구역도 재개발 최대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건설사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삼성물산과 GS건설 두 곳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해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한 곳만 단독 응찰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역세권 입지를 갖춘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역시 롯데건설만 단독 참여해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수주에 소극적인 데는 업황이 여전히 불안정하단 점이 영향을 미친다. 자잿값이 대폭 오른 데다 고금리로 비용 부담까지 늘어 정비사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늘어난 것도 정비사업 수주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점도 한몫한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울 입주물량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만3338가구, 내년에는 3만3851가구 등이다. 이는 지난 5년간(2018~2022년) 평균 공급물량(4만5499가구)을 밑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서울 등 도심의 주택공급 대부분이 이뤄지는 만큼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현상이 심화하면 또다시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단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의 인허가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등 비아파트까지 전체적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집값이 반등할 기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 공급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가격 급등 부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택지 비축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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