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의 말은 의대 증원 문제에 '정치'를 끌어들인 정치적 발언이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 및 여권을 향한 '전쟁 선포'로 들린다. 전문직 의사들의 법정단체인 의협을 대표하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니 믿을 수 없다. 강경한 대정부 태도가 예상은 됐었지만 도를 넘었다. 의협이 정치 투쟁으로 나선다면 더 거세고 긴 후폭풍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사태 해결은커녕 의·정 충돌만 부추기고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국민적 지지는커녕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총선 정국을 악용해 싸움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정상적인 대화와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의 단체인 의협은 정치결사체가 아니다. 의사는 의사이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협 회장 자리 역시 정치하는 자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임 회장은 정치투쟁 노선을 걸어나갈 조짐이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선거법 위반 개연성도 높다. 임 회장은 자신의 언행에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지금 의협의 새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일은 정치적 엄포가 아니다. 대표성 있는 의료계 단일창구부터 만들어 정부를 상대로 협상에 나서는 일이다. 이를 통해 의료대란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