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대해 “정치쇼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은 연후에, 누군가 나타나서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시나리오’는 지난 주말 정치권에 돌았던 지라시 내용과 유사하다. 정부와 의사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극적 합의를 이끌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 반발은 처음부터 정부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이 대표는 작년 10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오자 “칭찬한다”며 “공공 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누구보다 지방의 취약한 의료 시스템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흉기 습격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처치만 받고 곧장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긴급 수술을 받았다.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수술 날짜를 조금이라도 당겨 보겠다고 주변 인맥을 총동원하는 보통 사람들 입장에선 상상도 못 할 특혜를 받은 것이다.
지금 의료 현장에선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수술이 연기되고 진료·입원 대기는 길어지고 있다. 의료진과 국민 모두가 힘든 진통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던진 무책임한 음모론은 정부를 비판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야당 정치인의 권리를 넘어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고 수준의 지방 의료진을 외면하고 서울로 헬기 이동해 수술을 받는 의료 특권층이 할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