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대 증원은 정치쇼”… ‘헬기 특혜’ 李대표가 할 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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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20. 오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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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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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헬기를 통해 도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대해 “정치쇼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 관심을 끌어모은 연후에, 누군가 나타나서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시나리오’는 지난 주말 정치권에 돌았던 지라시 내용과 유사하다. 정부와 의사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극적 합의를 이끌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들 반발은 처음부터 정부가 일부러 유도한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이 대표는 작년 10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오자 “칭찬한다”며 “공공 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누구보다 지방의 취약한 의료 시스템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흉기 습격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처치만 받고 곧장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긴급 수술을 받았다.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고, 수술 날짜를 조금이라도 당겨 보겠다고 주변 인맥을 총동원하는 보통 사람들 입장에선 상상도 못 할 특혜를 받은 것이다.

지금 의료 현장에선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수술이 연기되고 진료·입원 대기는 길어지고 있다. 의료진과 국민 모두가 힘든 진통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던진 무책임한 음모론은 정부를 비판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야당 정치인의 권리를 넘어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고 수준의 지방 의료진을 외면하고 서울로 헬기 이동해 수술을 받는 의료 특권층이 할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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