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한서희 유흥업소에서 만났다…나쁜 애 되지 말라고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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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12. 오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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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무마 협박 혐의' 2심 시작…재판부 질문 대답하며 웃기도
항소심 공판 출석하는 양현석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소속 가수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공익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항소심 첫 공판이 12일 열렸습니다.

가수 연습생 출신 제보자 A씨(한서희)의 진술 번복에 의구심을 표한 재판부가 다시 한번 증인 소환 의견을 내자, 양 전 대표 측은 "1심에서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씨와 만난 정황에 관한 재판부 질의에 직접 답한 양 전 대표는 간간히 웃는 등 여유로운 자세를 보였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의영·원종찬·박원철)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양 전 대표는 YG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면 김한빈)의 마약투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공익제보자 A씨를 회유·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가수 연습생이던 한서희씨는 2016년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비아이 관련 마약투약 의혹을 진술했다가 번복했는데, 2019년 6월 이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YG 측 외압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비아이와 양 전 대표 등 4명을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심 선고 이후 4개월 만에 법정에 선 양 전 대표는 올블랙 정장에 검은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재판에 임했습니다.

양 전 대표는 제보자 한씨의 진술 번복 정황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재판부 의견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릎에 손을 올린 양 전 대표는 미동 없이 재판장을 응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한씨를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경찰에 출석해 진술했던 내용 자체는 김한빈씨가 마약한 것이 맞았는데, 이후 진술을 바꾼 자체의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이에 관해 그날(양 전 대표와 한씨가 만난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양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도 증거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심에서 한씨에 대해 충분히 (신문이) 이뤄졌는데 또 다시 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한씨는 마약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는데, 준법의식이나 자기 통제력이 없는 이의 증언을 반복해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술 태도까지 포함해 보려고 하는 것이니 장황하게 신문을 준비할 필요는 없고 재판부가 궁금한 것 위주로 물어보겠다"고 정리한 뒤 양 전 대표에게 한씨와 만난 당시 상황을 물었습니다.

양 전 대표는 "오래됐지만 20분 정도 (대화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씨 같은 경우 수년 전부터 유흥업소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라 당시엔 굉장히 편하게 생각했고 그런 취지로 보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한씨에게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했더니 뭐라고 답했느냐'고 묻자 양 전 대표는 "한서희는 마약 건으로 걸려 있었어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한씨는 양 전 대표가 '변호사를 선임해 준다', '처벌 받지 않게 해주겠다', '나쁜 애가 되지 말고 착한 애가 돼야 한다'고 했다는데, 양 전 대표 측에선 '나쁜 애가 되지 말고 착한 애가 돼야 한다' 이 말만 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설득과 권유에 따라 사실을 말한 게 아니라 '허위 사실'을 말했다. 그게 설명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양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한씨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행동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 전 대표는 재판부의 '변호인을 선임해주겠다고 하지는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1심 판결 관련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항소 이유로 피력했습니다.

또 양 전 대표에 대해 면담강요 등 혐의를 추가하면서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원심은 피해자 진술 중 일부 어휘가 달라진 부분, 지엽적인 진술이 변화된 점 등을 근거로 해악 고지 자체가 없었다는 그릇된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오인에 의한 그릇된 판단"이라며 "피고인이 야간에 밀폐된 사무실에 소속 가수에 대한 제보자를 질책하는 말을 하며 진술 번복을 요구했다면 그 자체로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이 비난 가능성이 큰 행동을 했는데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일반적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비적 공소사실로 면담강요죄와 방조 혐의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5월24일 양 전 대표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편 비아이는 2016년 4월 한씨를 통해 LSD, 대마초 등의 마약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여러 차례 흡입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비아이 측과 검찰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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