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물건?”... 보름만에 ‘3.3억원 급락’ 대치 미도아파트 무슨 일

입력
기사원문
이미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형식상 ‘매매거래’... 내용상 ‘증여’
“재건축 이슈 등 집값 상승 전제 판단”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 미도아파트 전용 128.01㎡(46평)가 보름 전 거래 대비 3억원 이상 ‘하락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거래된 매물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하락장을 활용한 선제적 ‘증여 물건’으로 분석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안 재건축 정비계획안 안내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뉴스1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대치동 대치미도아파트 전용 128.01㎡가 지난 16일 2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30일 같은 평수가 34억1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5억1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달 8일 매매계약이 체결된 물건(32억3000만원)과 비교해도 3억3000만원 차이가 난다.

인근 다수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소유주 A씨는 다주택자로 2019년 12월 13일, 29억원에 해당 물건을 샀다. 이후 3년 6개월간 보유했다가 지난 16일 자녀에게 29억원에 팔았다. 다만 부동산에 중개 수수료를 지급해 직거래가 아닌 ‘중개 거래’로 등록됐다. 통상 증여는 대부분 가족 간 거래라는 점에서 직거래로 이뤄진다.

시중은행에 계산을 의뢰한 결과, A씨가 34억원 아파트를 성년 자녀에게 단순 증여할 때 증여세는 약 11억7800만원이다. 만약 전세 시세(약 10억원)를 끼고 부담부증여(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서 물려주는 것)로 한다면 증여세 약 7억5660만원, 양도세 약 2500만원(중과 유예로 일반세율)을 합쳐 총 약 7억8160만원을 내야 한다.

통상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한 입장에서 종부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지고 증여받는 입장에서도 취득세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낮게 파는 것보다 차라리 증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물건도 형식상 매매거래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내용상 ‘증여성 거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억원에 취득한 집을 29억원에 저가 양도(편의상 증여성 거래로 추정)할 때 양도세는 0원이다. 이 경우 실제로 과세당국에선 29억원의 양도가액을 부인해 34억원을 기준으로 양도세가 나올 수 있다. 타인에게 34억원에 아파트를 양도했다고 가정하면 양도세는 총 1억3500만원이다. 특히 내년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중과 유예로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도 거래를 서둘러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관상 부모자식간 거래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증여가 아닌 양도에 해당된다”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으면서도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만큼 타인에게 팔지 않고 양도세를 내고 자녀에게 양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도아파트는 강남구 전통 대장주인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 중 하나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부동산 거래도 적정한 가격선에서 이뤄져야 탈이 없다고 지적한다. 현행 증여세는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싸게 팔았다면 증여에 있어서는 저가양도에 따른 증여로 보지 않는다. 시가는 유사매매사례를 보고 판단하는데 통상 ‘직전 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단순히 인근 시세가 내려갔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하락장에선 급매물로 처리하느니 차라리 증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2008년 입사. 입법·사법·행정을 주로 다뤘습니다. 법조팀장, 부동산팀장 거쳐 대통령실 출입합니다. 저서 '한국의정치보도(공저)', '이기는로펌은무엇이다른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