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제안 채택 여부는 불투명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자동 해임'으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의 운명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외 사실상 여권에서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기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인 지난 6월 27일 이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출범했다.
정치권에선 수해복구 현장 망언 등 여권의 총체적 난맥상이 좀처럼 숙지지 않는 상황이라 혁신위의 존립 이유는 충분하다면서도 혁신위가 제안하는 내용을 향후 당 지도부가 채택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혁신위는 현재 ▷인재를 키우는 정당소위원회(인재소위) ▷당원이 중심 되는 정당소위원회(당원소위) ▷민생을 우선하는 정당소위원회(민생소위) 등 3개 소위원회를 구성해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22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각 소위원회가 준비한 안건들을 점검·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적인 성과인 '1호 혁신안'은 이르면 22일, 늦어도 이달 말~내달 초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관심 분야는 공천혁신안이다. 혁신위는 선거 때마다 불거진 '졸속 공천'·'정실 공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6개월의 공천 기한을 보장하고 당 대표의 공천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전국위원회가 임면권을 쥔 윤리위원장이 공천내용을 검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물난리가 났는데 대통령은 사저에서 전화로 재난상황을 지휘하고 여당 현역 국회의원은 '사진 잘 나오게 비가 좀 더 오면 좋겠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등 여권 전반이 지금 총체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민심수습을 위해서라도 혁신위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가 성난 민심을 달래는 수준 이상의 활동, 당내 신 주류의 공천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당의 변화를 촉구할 경우에는 혁신위를 대하는 지도부의 태도가 일거에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의 혁신 의지를 상징하는 존재로 대국민 이미지 개선 주도역까지는 용인할 수 있지만 권력의 근본영역까지 침범하는 시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친윤계의 한 중진의원은 "혁신위의 존재는 '윤핵관'과 '친윤계' 등 당을 향한 비호감 표현을 중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어떤 당 지도부가 들어서도 활동자체는 장려할 것"이라면서도 "혁신위가 지도부의 핵심 권한인 공천과 관련한 내용을 건들면 혁신위 건의사항에 대한 결정을 하염없이 미루는 방식으로 견제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