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스럭’ 소리 돈 수수 인정한 노웅래가 ‘공천 적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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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의원, 檢 녹음파일 조작이라더니
뒤늦게 ‘후원금 명목 받았다’ 인정
황운하·김의겸도 적격, 황당한 심사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대 뇌물·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돈 세는 소리가 녹음된 날 돈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고 한다. 노 의원은 그동안 2020년 7월 2일에 돈 세는 ‘부스럭’ 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는 검찰 주장을 ‘조작’이라고 항변해 왔는데 본인 말을 뒤집은 것이다. 노 의원은 지난해 11월에 이런 입장 변화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그간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지난주에 언론에 보도됐다. 다만 노 의원은 ‘법적으로 후원 처리가 가능한 500만원 미만의 정치 후원금이었고 실수로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는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그간의 노 의원 행태는 국민을 우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는 지난해 5월 첫 공판을 앞두고 “정치 검찰은 부정한 돈을 받을 때 세서 받느냐”고 말했고, 7월엔 “잡음을 돈 봉투 소리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공개회의에서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김남국 의원이 돈 받는 소린가요”라며 검찰을 조롱했다. 그동안 억지를 펴온 노 의원과 그를 두둔한 이 대표가 국민한테 사과해야 마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지난주 노 의원에 대해 총선 예비후보자 검증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 ‘재판 중’에는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한다는 걸 내세웠지만 국민 여론이나 법감정은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은 심지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거짓으로 판명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재판에 휘말린 김의겸 의원도 적격으로 판정했다. 이런 무리수를 둔 데에는 이 대표 역시 대장동 의혹으로 ‘재판 중’인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이러니 재판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재판 지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일 테다. 이렇게 하향평준화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공천 심사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공직 출마자한테 남다른 도덕성을 요구한다. 또 공천 과정은 물론 결과에서도 수긍이 가야 표를 준다. 민주당은 이를 명심해 부적절한 심사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오만한 공천을 고수한다면 유권자한테 호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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