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교권·수해… 예방법은 전부 국회서 잠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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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관 의안과 복도에 많은 서류들이 쌓여 있다. 국민일보DB

‘순살 아파트’ 사태를 부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일 긴급회의를 거쳐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모든 공정의 전관예우·이권개입·부정부패 근절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이게 잘 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썩은 조직을 자정(自淨)하겠다는 말인데, 몇 해 전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때 “해체 수준의 개혁”이란 수식어로 이미 했던 일이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짓는 아파트마다 부실시공에 발주한 계약마다 전관의 악취가 풍기니 자정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LH에 필요한 건 외부의 강력한 손에 의한 철퇴와 수술이다. 검찰은 부실의 근본 원인이었을 부패 수사에, 감사원은 난맥상 조직의 대수술을 위한 감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LH처럼 이권과 근접해 부패하기 쉬운 기관의 병폐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둔다. 스스로 바로잡지 못하니 일탈하지 않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것인데, 그런 법을 만들고 정비해야 할 국회가 이번에도 손을 놓은 채 이미 계류된 여러 법안을 뭉개고 있었다.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이후 부실시공 건설사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 등 여러 건이 발의됐지만 지금껏 상임위에 발이 묶여 있다. 특히 감리자가 의무를 다하도록 주기적 실태점검을 실시케 한 주택법 개정안과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이를 방치함으로써 광주 사고의 후속입법과 순살 사태의 예방입법에 모두 실패했다.

언제부턴가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들춰보면 관련 법안이 수두룩하게 잠자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이슈가 돼 있는 모든 사안이 그렇다. 교권 보호 문제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부터 교원지위법 개정안까지 10건 가까이 계류 중이며, 현재 거론되는 대책이 상당부분 담겨 있다. 수해는 오송 참사와 직결된 하천법 개정안 등 14건이 있지만, 지난해 수해를 겪고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살인적 폭염에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국회는 뒤늦게 입법에 나섰는데,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7건이 오래전 제출돼 있었다. 일하지 않는 국회가 이제 뒷북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똑같은 부정부패, 똑같은 참사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LH와 마찬가지로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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