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가 약탈한 고려 불상 "일본이 가져라" 대법 판결…부석사 "패륜"

입력
수정2023.10.26. 오전 11:39
기사원문
박효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밀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뉴스1(문화재청 제공)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사찰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소유권이 7년 소송 끝에 일본의 소유로 귀결됐다. 소송을 제기한 충남 서산 부석사 측은 "야만적이고 패륜적인 판결"이라고 분노했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쓰시마의 사찰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높이 50.5㎝·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2016년 유체동산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불상이 당시 왜구에 의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약탈당한 것으로 인정해 2017년 1월 부석사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에서는 불상이 간논지 측 소유라며 판단을 뒤집었다.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같은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2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불상이 제작·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 부석사'와 서산 부석사를 같은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는 하급심 판단은 잘못됐다"면서도 "일본 관음사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 민법에 의하면 관음사가 불상을 시효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대해 부석사 주지 원호스님은 뉴스1을 통해 "똑같이 고려인을 조상으로 둔 후손인데 고려인들이 칼에 맞으며 지키려 한 불상을 약탈한 것을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야만을 합법화한 패륜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과거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한 약탈 주체의 소유권을 모두 인정한 것과 같다"며 "20년 이상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소유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는 문화재의 소유권을 인정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옆집 물건도 훔쳐서 오래 소유하면 내 것이 된다는 야만적 논리"라며 "그런 무법천지를 법원이 앞장서 만들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