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셋집이 불법이라뇨… 청년들 울리는 ‘쪼개기방’

입력
기사원문
성윤수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옆집 사람이 내 집에 확정일자 받아
알고 보니 불법 가벽으로 나눈 방
계약 때 ‘전입신고 불가’ 요구도
적발되고도 시정·철거는 절반뿐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지난 18일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원룸에서 전세살이를 하던 직장인 안모(30)씨는 계약 만료에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2년간 살았던 집은 결국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 배당으로 전세금을 일부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마저도 다른 이에게 돌아갔다. 그와 같은 주소로 먼저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안씨의 옆집 사람이었다. 그제야 안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불법 ‘쪼개기 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쪼개기 방은 임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집주인이 내부에 임의로 가벽을 설치해 방 개수를 늘린 것이다. 안씨의 집주인도 원룸을 반으로 쪼갠 뒤 화장실을 하나 더 만들어 세입자 2명을 받았다. 그가 살던 집의 실평수도 계약서에 명시돼 있던 평수의 절반 수준이었다. 집주인은 이런 사실을 안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반쪽짜리 집에서 2년간 살았던 안씨는 25일 “육안으로 봤을 때 평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전용면적이 작겠거니 싶었지, 쪼개기 방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집 내부를 가벽으로 나눠 세입자 수를 불리는 쪼개기 방이 청년층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제2의 전세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쪼개기 방이 관리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은 대출을 끼고 있는 다가구·다세대주택이라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은행이 먼저 가져가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세입자들끼리 다퉈야 한다.

게다가 경험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이 주요 표적이 된다. IBS 법률사무소 이지언 변호사는 “쪼개기 방의 피해자 대부분은 괜찮은 건물에 전세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들어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며 “전입신고 불가 특약조항을 붙여 계약하자는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도 받아들여 위험한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20대 김모씨도 집주인 요구에 전입신고도 못 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7월부터 약 1년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쪼개기 방에 거주했던 그는 “집주인이 해당 건물에서는 한 층에 원룸 네 개만 전입신고가 가능하니 전입신고 불가 특약조항을 붙여 계약하자고 했다. 이미 4명의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해 더 이상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방 쪼개기는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이지만, 없어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로 적발된 쪼개기 불법건축물은 2018년 713동, 2019년 1097동, 2020년 1238동, 2021년 815동에 이어 지난해 7월까지 254동에 달했다. 이 중 시정 및 철거된 건물은 1977동으로 절반 수준(48.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되 전문기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부동경제연구소장은 “세입자가 모든 걸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가장 먼저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지 등 기본 사항을 확인하고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은 뒤 보증보험 회사에 가서 확인하면 그나마 안전하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TALK

응원의 한마디! 힘이 됩니다!

응원
구독자 0
응원수 0

국민일보 성윤수 기자입니다. 모든 제보 확인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