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증권사 꽃이었는데"…짐싸는 애널리스트

입력
기사원문
김태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주저앉은 위탁매매에 설 자리 축소
증권사 리포트 위상 “예전만 못 해”
주식·채권값 동반 하락에 운용역 피로감↑
주식시장의 부진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주식시장 부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 증권사 실적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자산운용업계에선 상장지수펀드(ETF)가 액티브 펀드 자리를 대체한데다 주식·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탓에 기를 펼 여력이 없어서다.

위탁매매 부진에 설 공간 줄어
59개 증권사 등록 애널리스트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 기준 금투협에 등록된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사)는 10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1040명) 대비로는 다소 증가했으나 2019년(1094명), 2020년(1078명)과 비교하면 감소한 규모다. 1500명이 넘었던 2010년 대비로는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사내에서 리서치센터 영향력이 작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리서치센터는 대개 법인 고객을 상대로 투자 시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등 ‘홀세일’ 지원을 주 업무로 삼는데,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기업공개(IPO), 지점 자산관리(WM) 등으로 주요 수익원을 틀면서 그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감소세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지난 2·4분기 수탁수수료 수입은 1조3093억원으로 전분기(1조4597억원) 대비 10.3%(1504억원) 빠졌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전분기(655조4000억원) 대비 7.4%(48조3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 거래대금도 9.8% 줄어들었다.

증권사 리포트 수요가 줄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접하는 정보 양이 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투자 채널로 성장한 삼프로TV는 9만개 넘는 영상과 구독자 211만명을 보유하며 웬만한 증권사나 경제방송 규모를 웃돌고 있다.

이에 애널리스트가 극히 적거나, 리서치센터를 별도로 두지 않는 곳들도 있다. 금투협에 등록된 59개 증권사 중 8곳은 애널리스트가 없다. 이밖에 토스증권은 리서치센터 없이 애널리스트 2명이 콘텐츠 매니저 3명과 협업해 개인 투자자 대상 시장·업종 분석 리포트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에서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애널리스트 1명이 리테일 사업 부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리포트 공개는 추후 재개될 예정이다.

이직도 잦아지고 있다. 자신이 맡던 업계 기업 행을 택하거나 투자자문사로 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애널리스트는 주식 매매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처우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가 가능한 가상자산 업계로 넘어가기도 한다.

한 대형증권사 연구원은 “리서치센터 입지가 작아지면서 애널리스트는 시장 파악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하기 위한 발판으로 인식되고, 결국 IB나 부동산 등 대체투자 쪽으로 가려는 이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문제는 애널리스트가 줄어들게 되면 투자 준거점이라고 하는 컨센서스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증시 슬럼프 장기화..운용역 “지쳤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펀드매니저들(운용역)도 끝 모르고 떨어지는 증시에 업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는 등 공격적 긴축을 단행하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이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결국 12일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p 인상)을 단행하며 증시 전망 탁도를 한층 높였다.

이처럼 대내외 상황이 열악한 탓에 운용역이 이렇다 할 전략을 세우기 힘든 실정이다. 높은 환금성과 매매 편리성을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액티브 펀드 자리를 점차 대체해가고 있는데다,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수익률은 주저앉고 있어 운용역들도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실제 운용역들 경력도 짧아지고 있다. 고위·중간급들이 떠나면서 젊은 매니저들만 남은 결과로 해석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0월초 기준 57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787명의 평균 경력은 5년7개월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매년 12월초 기준 2015년(8년1개월), 2016년(8년8개월), 2017년(8년7개월), 2018년(5년5개월) 등으로 지속 낮아져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정부에서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놔도 시장이 워낙 안 좋다보니 노력 여하로 성과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닌데다 대세로 떠오른 ETF쪽으로 넘어가거나 아예 투자자문사를 차려 독립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며 “코로나19 때 버텼지만 올해 들어 금리가 쉴 새 없이 오르면서 다들 지친 모습”이라고 전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