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노 경무관·서장 등에 “외압 받았다”
마약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조병노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경무관)의 연락을 받고 “외압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특히 백해룡 경정은 조 경무관뿐만 아니라 당시 영등포경찰서장과 인천세관 소속 국장,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9일 진행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백 경정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처럼 답했다.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백 경정은 당초 지난해 9월 중순 세관 직원이 마약 밀반입에 연루된 사건 브리핑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이 저녁 시간 전화를 걸어 “세관 직원이 마약 밀반입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용산(대통령실)’이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백 경정은 이를 “용산에서 아주 안 좋게 보고 보고 있다,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였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백 경정은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서장 지시를 받고선 “신뢰가 깨지는 일이다.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고도 말했다.
조 경무관이 전화한 것은 같은 해 10월5일이었다. 백 경정은 구체적으로 “먼저 자기소개를 한 다음에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 주시는 거지요’라고 말했고 대답을 안 하니 ‘관세청도 국가기관이고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서로 싸운 것으로 비칠 수 있지 않으냐, 제 얼굴에 침 뱉기다’라고 하더라”면서 “서울청과 얘기해 다 빠졌다고 얘기를 하니 ‘올바른 스탠스다. 국감에서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우리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하며 끊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조 경무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인천공항 세관장에게 국감 대비 차원에서 협조 요청을 받았고, 브리핑 내용 중에 세관 직원이 언급되는지를 확인한 것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것이 부당한 청탁을 받아 한 일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엔 “생각이 짧았다”면서도 “직전에 인천공항 경찰단장이었고 국감 대비 차원이라 협조해줬을 뿐”이라고 거듭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조지호 후보자는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그냥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로 이해되느냐, 아니면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의원의 질의에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