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명 사망, 이태원 참사… 5~6겹 깔려 “살려주세요”

입력
수정2022.10.30. 오후 12:09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전 6시 현재 사망자 149명, 부상자 78명
내리막 골목 인파 차례로 쓰러져 압사 속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30일 새벽 부상자들이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9일 밤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는 내리막 골목으로 몰린 인파에서 가중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목격자들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내리막 골목에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인파가 몰렸고, 골목 위쪽에서 사람이 넘어지기 시작해 아래쪽 상황은 힘으로 버티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5~6겹으로 깔린 사람들 속에서 이미 혼절했거나 가까스로 손을 뻗어 “살려 달라”며 구조를 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전 6시 현재 사망자 149명

사고는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쯤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119-7 일대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30일 오전 6시 현재 사망자 수를 149명, 부상자 수를 76명으로 파악했다. 앞서 소방당국에서 집계한 사망자 수는 오전 3시쯤 120명, 오전 4시쯤 146명이었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은 오전 6시30분쯤 최종 현장 브리핑에서 “피해자 대부분이 10~20대였고, 외국인도 2명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응급의료소는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앞에 마련됐다. 보건소 신속대응반,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출동해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경기 내 모든 재난거점병원인 14개 병원의 15개 DMAT과 응급의료지원센터가 출동했다.

환자는 중증도 분류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됐다. 환자가 옮겨진 병원은 순천향서울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은평성모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이다.

“숨도 잘 쉬지 못하고 고개만 내밀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9일 밤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들이 인파에 깔려 있다. 독자 제공


사고 현장의 한 목격자는 “구급대원이 접근할 수 없었고, 깔린 부상자들을 빼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리면서 타인과 어깨가 맞닿은 채로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목격자는 “깔린 사람들은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상태로 고개만 내밀며 고통스러워했다”며 “경찰과 구급대원이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고 팔을 잡아당겨봤지만, 무게가 워낙 무거워서 꺼내는 게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임모(43)씨는 “나처럼 힘이 센 남자들도 몸이 떠밀려가는 상황이었다”며 “처음엔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는데, 점점 중심을 잃은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 A씨는 “발이 떠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30일 새벽 부상자들이 구급대의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양한주 기자


사고 인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구급차가 줄줄이 들어섰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 갔다가 연락이 닿지 않는 자녀·형제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가족이 병원으로 달려와 사상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신원확인을 마친 사망자 유가족에 대해서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아들을 찾으러 왔다는 한 여성은 “여기 오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안 보여주냐”며 목놓아 울었다.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한 50대 여성은 “지문만 찍어도 되는데 왜 신원 확인을 못하냐. 병원마다 돌아다니면서 딸이 맞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냐”고 항의했다. 이 여성은 현장에 함께 있던 딸의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실종자 접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보다는 사망자 신원 확인이 먼저”라며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곧바로 유족에게 연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이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서 실종 가족의 정보를 적고 있다. 최현규 기자

윤 대통령 “사고 원인 정밀 조사하라”

정부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2시30분쯤 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사고수습본부를 즉각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 장관에게 사망자 파악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하도록 주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시각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아 애태우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신속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환자 이송 및 치료 목적 이외의 일체 차량과 인원을 철저하게 통제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네덜란드에서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태영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이태원 사고 현황을 유선으로 보고받은 뒤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시간은 오후 4시10분으로 예정돼 있다. 도착하자마자 현황을 보고받은 뒤 이태원 현장으로 직행해 사고 수습과 현장 지휘에 나설 예정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