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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세사기 그 이후 경매 근황’이란 게시물과 함께 ‘경매·공매’를 뜻하는 빨간색 표지가 가득한 지도가 올라와 눈길을 모았다.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가 드러났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의 경매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라 누리꾼들 사이에서 전세사기가 할퀴고 간 흔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법원경매정보를 살펴보니 화곡동에서 진행 중인 경매 현황은 지도와 비슷했다. 서울시에서 경매에 나온 전체 주거용 건물 3채 가운데 1채가 화곡동에 있었다.
1일 오전 법원경매정보를 보면, 화곡동에서 진행 중인 주거용 건물 경매는 265건으로 나타났다. 서울 426개 행정동에서 주거용 건물이 경매로 나온 것은 783건인데 화곡동 1곳이 약 34%를 차지한다.
전세사기의 주요 대상이 됐던 다세대 주택은 231건이, 오피스텔은 20건이 화곡동에서 경매로 나왔는데 화곡동 주거용 건물 경매 가운데 약 95%에 달한다. 전세사기 피해 가능성이 높은 감정평가액을 1~3억원으로 좁히면 다세대 주택 190건, 오피스텔 18건으로 화곡동 주거용 건물 경매의 다수를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경매지도’는 “법원, 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의 경매·공매 정보를 수집해 지도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도를 가득 차지한 ‘빨간색 딱지’는 전세사기가 휩쓸고 간 화곡동의 현재를 일정 부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건물을 짓거나 사들이며 임차인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전세사기는 2022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화곡동의 피해가 컸다. 2019~2020년 ‘빌라왕’이라 불리던 김아무개씨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 없이 1100여채 주택을 임대했다가 2022년 숨지며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는데, 당시 화곡동에도 김씨 소유의 집이 많았다.
2022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시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같은해 1∼8월 서울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965건, 사고액은 2301억원이었다. 전국 단위 사고 건수(2527건)의 38%, 사고액(5369억원)의 43%에 달한다. 화곡동에서 발생한 보증 사고액이 682억원(312건)으로 서울 전체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경매정보에 올라온 화곡동의 경매 물건들을 살펴보면 2022년 전후에 경매에 나와 지금까지 수차례 유찰된 집이 많았다. 계속 유찰되며 감정평가액 1~2억 상당의 집의 최저매각가격이 수백만원대로 떨어진 집들도 있었다. 상당수가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임의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통계(1월4일기준)를 보면,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한 뒤 지자체에 1만5486건의 피해신고가 있었다. 이 가운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피해로 인정한 건수는 1만944건에 달한다. 주로 다세대주택(34.7%)・오피스텔(23.6%)에 피해가 집중됐다. 연령별로는 40살 미만 피해자가 다수(72.96%)였다.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 이 있지만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고, 실질적인 구제방안이 미흡해 피해자들은 현재 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선구제 방안’을 담은 법 개정안은 야당 단독 처리로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정부·여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