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수

가거라삼팔선 / 희망삼천리

가요앨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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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948년 고려레코드에서 발매한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과 <희망 삼천 리>를 수록한 유성기 음반이다. <가거라 삼팔선>이 분단을 예감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묘사했다면, <희망 삼천 리>는 제목처럼 해방 후의 희망적인 분위를 노래했다.

가거라삼팔선 / 희망삼천리 앨범 앞면, 이경호 소장
발매일 1948년
제작사 고려레코드
앨범유형 독집
앨범번호 K1007

분단을 예감한 노래, <가거라 삼팔선>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은 광복을 맞이했으나, 일제가 항복하기 전인 1945년 2월 얄타회담으로 북위 38도선에 군사분계선이 설정되었다. 그 선을 경계로 남쪽은 미국이, 북쪽은 소련이 주둔하기로 합의했다.

삼팔선은 처음에는 단순한 군사분계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해방 직후 소련군이 평양으로 들어오고 1945년 9월에는 미군이 서울에 들어오면서, 양강의 대립 속에 한반도를 둘로 나누는 한 많은 선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정치 사회적 상황에서 분단을 예감하는 노래들이 등장했다. 남인수의 <흘겨본 삼팔선>과 <달도 하나 해도 하나>, <가거라 삼팔선>이 모두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원래 이 음반을 낼 때 고려레코드는 <희망 삼천 리>에 더 기대를 걸었으나,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 탓인지 <가거라 삼팔선>이 예상 외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음반을 구매하기 위해 미리 주문하고 줄을 서서 기다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거라 삼팔선>과 <희망 삼천 리>의 가사

가거라삼팔선 / 희망삼천리 앨범 뒷면, 이경호 소장

1948년 발매한 <가거라 삼팔선>은 이부풍 작사와 박시춘 작곡이고, <희망 삼천 리>는 김득봉 작사와 박시춘 작곡이다.

일설에는 박시춘과 손목인이 지휘하는 경성중앙방송국 전속 경음악단 창단을 계기로, 이 노래가 이미 1946년 말부터 방송으로 소개되었다고 전한다.

이 곡의 높은 인기는 음반 발매 전부터 이 노래의 음반 발매 소식을 접한 판매상들이 대금을 예치하고 기다릴 정도였다. 노래 가사는 삼팔선이 생긴 것에 대한 우려와 슬픔, 거부 등을 담았다.

예컨대 2절의 “손 모아 비나이다/ 손 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에서는 삼팔선을 보내고 싶은 간절하고도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편 <희망 삼천 리>는 음질이 좋지 않아 온전하게 채록하지는 못했으나, 가사 중에 “무궁화 꽃이 피는 고향 삼천 그리워”나 “찾아보자 자유를 건설하자 조국을” 등과 같은 내용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는 건설적인 노래임을 알 수 있다.

광복 후 최초로 음반을 발매한 고려레코드

광복 후 국내 음악인들은 일본인들이 떠난 자리에서 새롭게 음반 산업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로 상황이 열악했다.

그 때문에 광복 직전 조선레코드문화협회나 조선레코드회사 등에서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제 음반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음반을 발매한 곳은 고려레코드로 알려졌다. 최성두가 창설한 고려레코드는 1947년 8월 음반 번호 1로 시작한 <애국가>를 시작으로 <조선의 노래>, <여명의 노래>를 발매했다.

그리고 음반 번호 101을 시작으로 하는 전통음악 음반, 음반 번호 1001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음반도 발매했다.

<가거라 삼팔선>의 발매 연도와 관련해서는 1947년이라는 설과 1948년이라는 설이 공존한다.

하지만 음반 번호가 1007이므로, 고려레코드가 1947년 8월부터 실제 음반을 발매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거라 삼팔선>은 1948년 발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음반의 광고도 1948년에 나온 것을 확인했다.

분단국가의 슬픈 자화상, <가거라 삼팔선>

해방 후의 희망을 노래한 <희망 삼천 리>가 지금은 음원조차 듣기 어려운 것과 달리, <가거라 삼팔선>은 매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월 25일이나 광복절 즈음 자주 들려온다.

이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분단국가이기에 벌어진 상황인지도 모른다.

<가거라 삼팔선>은 여러 차례 재발매되고 여러 가수들이 불렀다. 1961년 유니버살레코드에서 남인수가 다시 녹음해 재발매했다.

원곡이 총 2절인데 반해, 반야월이 가사 일부를 수정하고 보완한 1961년의 <가거라 삼팔선>은 총 3절이다. 현재는 3절로 이루어진 노래가 더 많이 유통된다.

<가거라 삼팔선>은 「한국가요 100년사」, 「유성기로 듣던 가요사 두 번째」, 「KBS 가요무대」 등 옛 노래를 소개하는 음반에 꼭 수록되는 곡이다.

그밖에도 은방울 자매, 오기택, 금잔디, 김용임, 이미자, 백설희, 황금심, 이박사, 김연자, 하춘화 등이 다시 불렀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 분단국가이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가거라 삼팔선>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노래로 평가받고 있다.

수록곡

SIDE A

1

가거라삼팔선
노래 남인수, 작사 김등봉, 작곡 박시춘
네이버 뮤직 노래듣기

SIDE B

1

희망삼천리
노래 남인수, 작사 김??, 작곡 박시춘

참여자 크레딧

반주 고려레코드관현악단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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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현재 단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이다. 2004년에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가요 연구-유성기 음반 자료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에 인천문화재단 주최 ‘플랫폼문화비평상’ 음악 부문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1930년대 재즈송』 음반을 제작·발매했다. 한국대중음악학회 편집위원장, 한국대중가요연구소 전문연구위원, 한국음악발전소 이사,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고 있다. 논저로는 『오빠는 풍각쟁이야: 대중가요로 본 근대의 풍경』, 『근대 대중가요의 지속과 변모』, 『근대 대중가요의 매체와 문화』, 『노래 풍경: 장유정의 음악 산문집』, 『한국대중음악사 개론』(서병기 공저) 등의 저서와 다수의 소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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