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80% 바이러스 의심 원숭이 반입·확산 …관계자들 재심 청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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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2.18. 오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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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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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잡이원숭이(학명 Macaca fascicularis).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 목적으로 들여온 원숭이 일부에서 치사율이 80%에 이르는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별다른 신고 없이 전국 각지로 이동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는 17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서 2020년과 2021년에 걸친 연구 목적의 원숭이 도입 업무가 부당하게 처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종합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24일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연은 2020년 7월 영장류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연구 등을 위해 게잡이원숭이(학명 Macaca fascicularis) 340마리에 대한 구매계약을 진행했다.

이후 10월 말 캄보디아에서 수입된 원숭이 340마리에 대한 센터 자체 검사 결과 원숭이 B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원숭이는 202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 B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에게 감염돼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80%에 이르는 고위험 병원체다.

생명연은 항체 검사 결과만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 의무 대상인 '질병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염 여부에 대한 추가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항체 검출 사실을 검역본부나 환경청에 알리지도 않았다. 이후 감염 의심 원숭이들은 계약업체의 계열사 사육 시설로 반품돼 전북 정읍, 충북 오창 등 지역을 옮겨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11월 같은 업체를 통해 진행된 2차 납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캄보디아에서 온 원숭이 340마리 중 62마리가 원숭이 B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것이다. 센터 측은 관계 당국에 알리지 않고 2차 납품에서도 모든 원숭이를 통관시켰다.

NST 감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생명연은 1차 납품에서 바이러스 반응으로 인수할 수 없는 원숭이 340두의 처리를 위해 용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2차 납품된 감염 의심 원숭이들도 반품을 시도했지만 증명서류 부족으로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제동을 걸자 양성 반응이 나온 원숭이 57마리를 안락사했다.

두 번에 걸쳐 들어온 원숭이 680마리는 현재 센터 측 사육 243마리, 양도 과정에서 소유권이 불확실해지는 등 센터에서 임의로 사육되는 24마리, 국내 사육시설 양도 351마리, 폐사 5마리, 안락사 57마리로 집계됐다.

NST 감사위원회는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책임자 등 담당자들을 징계하라고 생명연에 통보했다. 또 감염 의심 원숭이들의 유통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 보고서에는 학술용 마약류 취급에 관한 경고 등의 내용도 담겼다. 생명연은 "감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원숭이 도입 건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재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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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이병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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