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은 떨어지고…마켓컬리 IPO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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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19.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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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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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아 컬리 대표.
마켓컬리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가시지 않는다. 식품 새벽배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신선함’은 줄어들었고 악화된 자본 시장 상황에 기업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낮아졌다. 컬리(마켓컬리 운영사)가 올해 IPO(기업공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컬리가 IPO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컬리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컬리 IPO 철회설’ 보도의 골자는 증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철회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컬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입장문을 통해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떤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 8월 상장 청구 승인 이후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컬리는 지난 3월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8월 22일 심사를 통과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이내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만약 내년 2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컬리가 급하게 상장 철회를 고민할 시점은 아니다. 상장심사 승인을 받을 당시부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모를 진행하는 일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기간이 열려 있는데 굳이 상장 철회를 공식화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컬리의 상장 성사 가능성을 그야말로 ‘반반’으로 예측한다.

무엇보다 자본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 등 IPO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컬리처럼 적자 유니콘 타이틀을 달고 증시에 입성한 쏘카도 공모 과정에서 흥행 참패를 겪었다. 겨우 입성한 증시에서도 주가가 거래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돌더니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급락세라는 점은 컬리 IPO의 최대 악재다.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지난해 프리IPO(상장을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 유치) 당시 컬리는 4조원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시점 시장에서 거론되는 컬리 가치는 1조원 수준이다. 자산이나 매출 규모 대비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의문의 눈초리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상장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던 SSG닷컴은 시장 상황을 이유로 내년으로 상장을 잠정 연기하고 적자를 먼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컬리의 최대 경쟁사이자 이커머스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도 상장에 조심스럽다. 증권가는 마케팅과 영업비용 증가로 적자폭이 늘고 있는 컬리가 무리하게 IPO를 추진하기에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 게다가 컬리와 적절한 비교 대상이 없어 컬리의 적정 기업가치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획된 적자 전략 통할까

▷식품 한정된 컬리에 무리 의견

마켓컬리의 매력도 떨어졌다. 우선 시장 지배력이 낮다. 이커머스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던 쿠팡과 달리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배송 분야에서만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오아시스마켓과 SSG닷컴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와 싸워야 한다. 시장 지배력은 약하고 수익성도 딱히 탁월한 형편이 아니다.

쿠팡이 온라인 커머셜 플랫폼 1위로 올라서게 만든 대규모 투자, 즉 ‘계획된 적자’ 전략이 시장 규모가 작은 마켓컬리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획된 적자란 시장 장악을 염두에 두고 적자를 감수하며 대규모 투자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경영 전략이다.

광범위한 제품을 다루는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은 빠른 배송을 앞세워 시장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먹거리 중심의 마켓컬리는 투자액을 늘린다고 해도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쿠팡 사례를 모델로 삼아 많은 플랫폼 스타트업이 ‘일단 투자해 판을 키우고 보자’는 전략을 내세우지만 아직 확실한 성공 카드로 정착했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자칫 투자만 열심히 하고 수익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밑 빠진 항아리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컬리는 예비심사 과정에서 고질적인 적자와 불안정한 지분구조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보유 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한 끝에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덩치가 작은, 투자에 실패해도 기관 투자자에게 부담이 적은 종목이었다”며 “덩치가 큰 회사들은 수익성이 뛰어나지 않는 한 다 부진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한 “흑자전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업에 1조원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적 뒷받침 없으면 몸값 ‘뚝’

▷1조원대 상장, 투자사 조율 관건

일부에서는 마켓컬리의 비(非)식품군 상품 강화에 주목한다. 식품을 넘어 제품군을 확장해 유의미한 실적을 낸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높지 않다. 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 증가는 입증 가능하나, 적자폭을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총 거래액은 기업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는 게 맞다. 그러나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침체기에서는 거래액보다 숫자로 설명돼야 한다”며 “적자폭을 줄여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간 조율도 절실하다. IPO 성공을 위해 합리적으로 평가 가치를 재조정했다 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완주는 어렵다.

일단 기업가치 4조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는 평가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 투자자가 일정 수준의 평가 가치 하락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쏘카 상장 때 투자자인 롯데렌탈이 ‘양보한’ 게 그 사례다. 롯데렌탈은 전략적 투자자(SI)이자 재무적 투자자로 마지막에 합류했다. 투자했던 가격보다 공모 가격이 낮다. 그러나 향후 전략을 공유하는 데 더 크게 공감해 IPO 흥행에 협력하기로 하며 쏘카를 상장시킬 수 있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IPO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자금 조달 플랜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며 “기존 투자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이 책정된다면 어떻게든 IPO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0호 (2022.10.19~2022.10.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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