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담배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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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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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담배 시장 개방, 올해 35주년
‘만병 통치약’에서 ‘탄소 배출’ 주범 된 담배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여의도의 한 폐쇄된 흡연 부스 앞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21년 7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주요 흡연부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담배는 기호품이지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다. 담배는 3대 유해 물질인 타르·니코틴·일산화탄소 등 40여 가지 발암 물질과 4000여 가지의 화학 물질로 구성돼 있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따라 전 세계는 금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1988년 독점 체제였던 담배 시장을 개방한 지 올해 35년이 됐다. 담배 시장 개방은 장단기적으로 정부의 금연 정책 강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담배 시장 개방 35주년을 맞아 담배와 관련된 5가지 사실을 통해 담배에 얽힌 오해와 진실, 사회 문화사를 풀었다.

1. 담배의 역사=중독의 역사


인류가 담배와 함께한 역사는 500년이 넘는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이 타바코라고 불리는 ‘신기한 잎’을 콧구멍에 넣고 피우는 것을 보고 이를 유럽에 가져오면서 담배가 전 세계에 전파됐다.

담배는 상처나 종기 등에 효능이 있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는 이유로 만병 통치약으로 통했다. 담배는 임진왜란 이후 17세기 일본과 중국의 상인들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광의 ‘지봉유설(1614년)’에는 “담배가 가래와 습기를 제거하며 술을 깨게 한다. 그러나 독이 있으므로 경솔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기록돼 있다.

지금은 19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이렇다할 기호품이 없던 조선시대에는 담배가 급속도로 퍼져 어린이들까지 피울 정도로 성행했다. 17세기 조선에 표류해 14년간 체류했던 헨드릭 하멜이 쓴 ‘하멜 표류기(1668년)’를 보면 담배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하멜은 “현재 조선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해 어린이들까지도 4~5세 때 이미 이를 배우기 시작하며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고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 타르·니코틴이 적으면 덜 해로울까?


담배 한 개비당 0.1~0.7mg의 니코틴과 0.1~8.0mg의 타르가 들어 있다. 통상적으로 타르·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흡수율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르는 담배 연기에 포함된 입자의 잔류물로 수천 가지 연기 성분의 혼합물이다. 타르 속에는 일산화탄소·벤조피렌·포름알데히드·아크롤레인·NNN·NNK·1,3-부타디엔·벤젠·아세트알데히드 등 2000여 종의 독성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타르는 담배 연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혈액에 스며들어 몸의 모든 세포, 폐를 포함한 모든 장기에 피해를 준다. 담배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타르 농도가 옅어지면 담배 맛이 순하게 느껴진다.

담배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은 곤충에게 강력한 신경 독성을 발휘해 살충 기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과거 살충제로 널리 사용됐다. 흡연할 때 폐에서 혈관을 통해 10~19초 안에 뇌에 도달해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해 강력한 중독을 유발한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수많은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우기 시작하고, 오래 많은 양을 피우면서 끊기 힘든 이유는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이다. 니코틴의 어원은 16세기 프랑스 발루아 왕가의 외교관이자 언어학자로 활약했던 ‘장 니코’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파견돼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하던 중 귀국길에 담배나무 종자를 가지고 간다. 담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약초로서 담배를 재배하면서 프랑스에 흡연 문화를 본격 전파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과 참석자들이 2021년 지구의 날 기념식에서 '줍깅'을 하며 수거한 담배 꽁초와 쓰레기를 고래 그림 위에 모아놓고 행사를 하고 있다. 줍깅은 걷거나 뛰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사진=연합뉴스


3. 생산과 소비 전 단계에서 다량의 탄소 배출


버려진 담배꽁초는 해양 등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을 앞두고 펴낸 보고서에서 궐련형 담배뿐만 아니라 전자 담배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WHO에 따르면 담배를 재배할 때 많은 화학 비료와 살충제가 살포되며 담배를 건조 처리할 때 300개비당 한 그루의 나무가 사용되고 있다. 담배 한 개비 생산에 1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담배 생산에 따라 연간 84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28만 개의 로켓이 우주로 발사되는 것과 같은 양이다.

담배 필터 속 미세 플라스틱도 환경 오염의 주요 요인이다. 전자 담배 판매량이 늘면서 궐련 담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거리나 해안가에 무단 투기돼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는 아직 담배꽁초가 대부분이다.

담배의 필터 부분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이고 국산 담배의 90% 이상이 플라스틱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6월 제정한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통해 담배꽁초의 수거 및 거리 청소에 드는 비용을 담배 생산자가 부담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담배 필터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시가랩 프로젝트’가 확산하고 있다. 자신이 피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고 특수 재질 포장지인 시가랩에 싸 스스로 수거하는 캠페인이다. KT&G는 흡연 문화를 바꾸기 위해 사회 책임 사업으로 휴대용 재떨이를 만들어 배포하고 담배꽁초 전용수거함 설치를 지원해 무단 투기를 막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4. 4500원 담배 한 갑, 절반 이상이 세금


담배에는 제조 원가보다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4500원 담배 한 갑에는 국민 건강증진부담금(841원), 담배소비세(1007원), 지방교육세(443원), 개별소비세(594원), 부가가치세(438원) 등 총 3323원(74%)의 세금이 붙는다.

담뱃세의 목적은 담배 소비 억제에 있다. 정부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2015년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뚜렷한 금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교정 기능 강화를 위한 소비세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 소비세를 포함하는 담배 제세 부담금 인상은 담배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담뱃값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고숙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배 가격 정책과 국민건강증진기금 활용 방안’ 보고서에서 “담배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고 문구, 그림 도입 같은 비가격 정책 외에 가격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금연 정책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담뱃세에 대한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 중국에선 담배 권하는 게 매너


중국은 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3억 명에 달하는 흡연자가 전 세계 담배의 40%를 소비하고 있다. 그중 남성 흡연율이 50.5%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호텔 로비나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흡연이 보편화돼 있었지만 2014년부터 실내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중국 정부는 2016년 ‘건강 중국 2030’이라는 흡연 정책을 발표하고 2030년 15세 이상 인구의 흡연율을 2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높은 흡연율로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회의 석상이나 식사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자 할 때는 상대방에게 먼저 권하는 게 예의로 통한다. 담배를 인간관계 속에서 일종의 윤활유라고 생각하고 있고 담배를 나눠 피움으로써 일종의 공유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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