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사업 구조'가 생사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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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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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패션, 영업종료…경영상황 악화
젠테, 부티크 직거래…브랜드 인수도
차별화 통한 투자 유치·매출 성장이 관건
명품 플랫폼 희비 경쟁 / 그래픽=비즈워치
명품 플랫폼 업계 후발주자들의 생사가 엇갈리고 있다. '젠테'는 브랜드를 인수하고 해외진출을 도모하는 반면, '캐치패션'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이들의 생사를 가른 것은 결국 사업 구조였다. 고객들에게 차별점을 줄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가졌는지 여부가 업체들의 성패를 갈랐다.

입점 대신 브랜드 '인수'

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 설립한 명품 플랫폼 젠테는 국내 유명 럭셔리 패션브랜드 '블라인드리즌’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생산·판매하기로 했다. 단순히 유통마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인수를 기반으로 직접 제품 생산·판매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라인드리즌은 지난 2014년 패션 쥬얼리 브랜드로 시작해 가죽의류로 확장한 브랜드다. 블라인드리즌은 에르메스, 샤넬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의 소재를 공급하는 이탈리아 피스톨레시, 람포, 스위스 리리 등과 협업해 독자적인 원단과 부자재를 개발해왔다. 지드래곤, BTS 지민, 이수혁 등 국내 패션 셀럽들이 착용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올해 초엔 뉴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젠테는 이재명 블라인드리즌 대표를 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전략본부장은 삼성디자인스쿨 수석 졸업,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 등을 거친 인물이다. 그는 젠테의 브랜드 전략 수립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젠테 측은 "브랜드 자체 가치 비용보다는 미래가치를 위한 합류"라며 "실질적인 큰 비용 소요 없이 한마음으로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젠테·캐치패션 실적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명품 플랫폼 이용 수요는 엔데믹 탓에 줄어든 상태다. 젠테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2020년 18억원에서 2022년에는 31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0년 1억원에서 2022년에는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한 셈이다.

젠테 관계자는 "인프라를 갖추고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인건비가 늘어난 영향"이라면서 "2022년 기준 10억대 영업손실 정도로 사실상 BEP수준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테는 올해 내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블라인드리즌의 브랜드 개발, 생산 등의 전문성을 결합해서 상생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또 글로벌 여러 벤처캐피탈에서도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문 닫기도

후발주자지만 한때 존재감을 드러냈다가 결국 문을 닫은 곳도 있다. 2019년 스마일벤처스가 설립한 캐치패션이다. 캐치패션은 3월 19일자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캐치패션은 해외 유명 명품 플랫폼들과 정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다른 명품플랫폼들은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자사 오픈마켓에 병행수입·구매대행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방식이었다. 캐치패션은 명품 브랜드사가 유통권 및 판권을 인정한 공식 파트너사와 직접 거래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왔다.

2021년엔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주요 명품 플랫폼 3사를 대상으로 상품 무단 상품 정보 복제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후발주자인 캐치패션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캐치패션 G마켓 입점 사진 / 사진=G마켓
캐치패션은 빅모델 기용 트렌드에도 합류했다. 캐치패션은 발란·트렌비·머스트잇과 비슷한 시기에 유명 연예인을 활용해 홍보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해엔 리뉴얼도 진행했다. G마켓·옥션 등의 이커머스에 공식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캐치패션은 경영상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를 결정했다. 캐치패션은 2019년 론칭 후 적자를 지속해왔다. 영업손실은 2020년 36억원에서 2021년 71억원, 2022년엔 69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플랫폼은 특성상 초기 인프라·시스템에 투입되는 비용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캐치패션의 매출은 2019년 17억원에서 2020년에 43억원으로 뛰었지만, 2022년까지 3년 연속 40억원대에 머물렀다.

무엇이 흥망 갈랐나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명품 플랫폼의 흥망을 가른 것은 '사업구조'로 보인다. 젠테는 유럽 현지의 7000여 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직거래하는 구조다. 자체 ERP 시스템인 '젠테포레'를 구축해 유럽 현지의 부티크들과 실시간으로 재고를 연동한다.

또 단순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원과 디자이너의 이야기, 제품 특징 및 스타일링 방법 등을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젠테는 홍보에 신경쓰기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매출을 키워왔다. 젠테 측은 "연간 광고선전비를 꾸준히 축소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캐치패션은 공식 파트너사들과 제휴를 맺고 판매 채널을 연동해 자사 플랫폼에서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직접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재고 관리와 정품 검수에 소요되는 인건비 등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선전비를 과감히 투입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명품 수요가 줄어든데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태"라면서 "플랫폼이 얼마나 차별점을 내세우느냐가 생존 기로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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