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칼럼] 대테러 정보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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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
공포와 위협은 세월을 초월해 테러리스트들이 구사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항상 그랬듯이 테러리즘은 표적으로 삼는 청중들에 심대한 심리적 파급효과를 미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러리즘은 정치적이지만 대부분 약탈적이고 보복적이다.

2001년 9월11일 뉴욕시와 워싱턴DC에서 발생한 9·11테러가 그렇고 최근의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기습 테러 등 수많은 테러가 마찬가지 형태였다.

9·11테러의 경우 테러리스트들이 미 본토를 공격했고 민간항공기가 대량살상무기로 돌변했으며, 선전포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단지 19명이라는 소수에 의해 3천여명의 민간인 인명 손실은 오직 남북전쟁 기간 전투에서 발생한 사망자 숫자뿐이었다. 하마스의 기습 역시 이스라엘의 최고 정보기관인 모사드조차 알 수 없었던 동시다발적이고 전격적이었다.

최근 하마스의 무기와 전술은 우리가 예상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양상’과 유사했다. 앞으로 북한이 하마스의 공격 전략을 대남 기습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은 닮은꼴일 수 있다.

다가오는 새해, 우리는 테러로부터 안전할 것인가? 테러 위험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경험하는 위험이 적기 때문에 경각심은 낮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도전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외국인의 증가와 사회 불만 등으로 내부에서 초래될 수 있는 자생적 테러의 가능성도 많지만 해양뿐만 아니라 우주, 사이버 등 초국가적 위협도 증대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신(新)안보 위협도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국정원 첩보에 따라 홍해를 통과하기로 했던 우리 선박이 항해 계획을 변경했다. 이란과 우호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했다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과 연관 있는 우리 선박도 나포의 위협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은 미 국무부가 공개한 ‘2022년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돼 7년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북한이 계속 국제 테러행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금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검토해야 할 초점은 대테러 정보 수집의 강화다. 이는 국가 대테러 활동에서 사전 정보활동이 이뤄져야 관련 기관들이 테러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1테러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도 대테러 기관 간의 분산과 상호 협조의 부족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에 대응하지 못한 결정적 패착도 정보의 실패였다.

미국은 대테러 정보활동기관을 재편성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정보기관으로 국가정보장실(ODNI) 산하 국가테러대책센터(NCTC)를 창설하고 법 집행은 기존 22개 정부 조직을 통합 신설해 만든 국토안보부(DHS)가, 비상사태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담당하는 모형을 구축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달 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고 입법 발의 1년이 지난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제정의 긴급성에도 불구하고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테러센터와 정보활동의 중심인 국가정보원, 법 집행 활동과 테러 진압의 중심축인 경찰과, 군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 예방적 조치가 시급하다.

만약 이 같은 계획이 준비되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긴 시간에 걸친 처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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