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1500여명으로 후퇴… 더 이상 흔들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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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의대 증원 규모가 당초 2000명에서 1500여명으로 축소됐다. 정부가 대학별 정원 확대 인원을 배분한 지 40여일 만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된 대학별 입학전형 계획을 취합하면 전국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에 모집하는 인원은 4500여명이다. 유일하게 모집인원을 확정하지 않은 차의과대가 100% 증원(40명)을 신청하더라도 전체 의대 신입생은 최대 4519명이다. 증원 규모는 당초 2000명에서 1500여명으로 500명 가까이 줄게 된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증원 규모를 줄인 것은 의사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만 떨어뜨렸다. 의사단체들은 여전히 증원 백지화만 고집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확산됐다. 환자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대 진학을 고려하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입시지도 교사들은 대입 정원이 또 달라질까 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와중에 법원이 전공의들이 낸 소송을 빌미로 의대 증원의 당위를 따져보겠다며 제동을 거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의대 증원을 확정하지 말라고 요구한 뒤 정부에 근거 자료와 회의록 등 제출을 요청했다. 삼권분립의 정신을 감안하면 사법부의 과잉 개입이다. 정부 정책도 사법 심사의 대상이지만 한계가 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통치행위나 행정부의 자유재량이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 통제가 부정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의대 증원 의 정당성을 따져 묻고 조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 만일 재판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결정할 경우 대학별 모집 인원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혼란이 벌어진다.

이 모든 진통과 잡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정부는 법원의 자료 요청에 적극 협조하되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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